무거운 출국길은 '그만'…文 "입국장 면세점 검토하라"

세종=박경담 기자, 한고은 기자
2018.08.13 17:25

문재인 대통령 "입국장 면세점 없어 면세물품 여행 내내 휴대해야 하는 불편 겪고 있어, 해외 소비 국내로 전환"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 광주에 사는 정모 씨(32)는 지난해 11월 베트남 다낭으로 가족 3명과 함께 여행을 갔다. 그는 출국 직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서 선물용 양주 3병을 샀다. 술 면세한도가 1인당 1병씩인 점을 이용했다. 양주는 애물단지였다. 정 씨는 여행 내내 양주가 든 종이 가방을 손에 들고 다녔다. 여행 가방에 넣었다가 병이 깨질 수 있어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관계부처에 입국장 면세점 도입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입국장 면세점 설치는 인천공항이 개항한 2001년 이후 줄곧 제기된 사안이지만 세관, 항공업계 반대에 번번이 무산됐다. 문 대통령 언급에 따라 입국장 면세점 설치 논의는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본격화할 전망이다.

입국장 면세점은 해외에서 출발한 내·외국인이 국내 공항 도착 후 면세물품을 살 수 있는 곳이다. 현재는 내·외국인이 해외로 나갈 경우에만 면세점을 이용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해외여행 3000만명 시대를 눈 앞에 두고 있는데 입국장 면세점이 없어 시내나 공항면세점에서 구입한 상품을 여행 기간 내내 휴대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며 "경제와 국민 생활에서 크고 작은 불합리, 불평등을 바로 잡는 것이 혁신"이라고 입국장 면세점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입국장 면세점이 경제에도 도움된다고 했다. 그는 "관광수지 적자가 해마다 늘고 있고 우리 국민들의 국내 소비 증가율보다 해외 소비 증가율이 몇 배 높은 실정"이라며 "입국장 면세점은 해외 소비 일부를 국내 소비로 전환하고 외국인들의 국내 신규 소비를 창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8.8.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입국장 면세점 설치는 인천공항이 개항한 2001년 이후부터 찬성과 반대가 분명했던 사안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1일 2002년~2017년 실시한 열 번의 설문조사 결과 국민 84%가 입국장 면세점 설치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입국장 면세점은 73개국 138개 공항에서 운영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9월 나리타공항에 입국장 면세점을 개장하기도 했다. 관련 논의가 시작된 지 30년 만이다.

입국장 면세점 설치는 법 개정 사안이다. 국회에선 16대부터 20대까지 관련 내용을 담은 관세법 개정안이 7차례 발의됐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현역 의원이었던 16대, 17대 국회에서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주도했다. 가장 최근에는 이태규 바른정당 의원이 지난달 입국장 면세점 설치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입국장 면세점 설치는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세관과 항공업계 반발 때문이었다. 그 동안 세관은 입국장 면세점이 생기면 입국 심사를 마친 우범 여행자를 놓칠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입국장 혼잡도 우려했다. 면세점 쇼핑백을 들고 있는 여행자가 늘면 면세 한도 위반 가능성을 확인하는 사례도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업계도 반대 입장이다. 기내면세점이 위축될 수 있어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입국장 면세점은 규제개혁 내지는 경제정책 속에서 오랫동안 검토했던 사안"이라며 "여행객 불편 해소, 내수 진작, 세관 검사, 농산물 검역 등 여러 부분을 보고 빠른 시일 내 결론 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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