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車에 관세 10% 부활.. '노딜 브렉시트'에 산업계 타격 우려

세종=유영호 기자, 권혜민 기자
2019.01.16 16:12

(종합)수출품목 74.2%에 관세장벽 부활 가능성… 일각선 "장기적으로 긍정효과' 관측도

영국이 대책 없이 무질서하게 유럽연합(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곧바로 한국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상품·서비스·투자 등 한·영간 모든 교역 분야에 ‘룰’ 역할을 하던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의 효력이 사라지면서 큰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당장 교역 위축 등의 여파로 수출업종을 중심으로 산업계의 직접 피해가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영간 지난해 연간 교역액은 144억4000만달러(약 16조1742억원)다. 수출액이 81억2000만달러로 무역수지는 1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발효 6년차를 맞은 한·EU FTA 혜택으로 주력 수출품목이 무관세로 영국 시장에 진출한 덕분이다.

하지만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양국간 상품교역에 현재의 특혜관세가 폐지되고 FTA 미체결국에 적용하는 최혜국대우(MFN) 실행관세율이 새롭게 적용된다. 수·출입 품목 대부분의 관세가 오른다는 의미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한국무역협회 분석에 따르면 영국이 EU의 현행 MFN 실행관세율을 적용하면 국내 기업이 영국으로 수출하는 2948개 품목 가운데 2186개 품목(74.2%)의 관세장벽이 부활하게 된다.

한국의 주요 대(對)영국 수출 품목은 △승용차 △선박 △항공기부품 △자동차부품 △건설중장비 순이다. 노딜 브렉시트가 되면 승용차 관세가 무관세에서 최대 10%로 오르는 것을 비롯해 △선박 0.56% △항공기부품은 1.7% △자동차부품 4.5%로 최대 관세가 줄줄이 인상된다. 이는 한국산 수출품목의 현지 시장가격 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수출업계에 타격이 예상된다.

수출업계뿐 아니라 유통 등 수입업계도 피해가 예상된다. 주류업계는 지난해 1억5000만달러 규모의 영국산 스카치위스키를 수입했는데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관세가 무관세에서 최대 20%로 오른다. 스카치위스키 국내 판매가격이 20%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상품교역뿐 아니라 서비스·투자 교역도 피해가 예상된다. 한·EU FTA 이후 취득한 각종 인증·승인·면허 등이 무효화 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영국계 로펌은 한·EU FTA에 따라 외국법자문사 승인을 받아 국내에 진출했는데 노딜 브렉시트 이후엔 승인이 취소돼 철수해야 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는 손흥민(토트넘)의 경기를 못 보게 될 가능성도 있다. 영국 위성방송사업자가 영상을 국내에 직전송하는 대신 국내 방송사업자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새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시청료가 오를 가능성이 크고 달라진 수익구조 탓에 계약 체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중계를 볼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정부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EU FTA와 비슷한 수준의 한·영 FTA 체결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오는 30~31일 영국에서 열리는 무역작업반 회의에서 구체적 방안을 논의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영국·EU 수출기업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브렉시트 대응지원 데스크를 설치해 지원할 계획”이라며 “한·영 FTA 체결도 신속히 추진해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노딜 브렉시트가 중장기적으로는 양국간 교역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해 2017년 1월 내놓은 ‘브렉시트의 경제적 영향 분석과 한국의 대응전략’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예상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 브렉시트가 영국과 EU 간 경제 관계를 약화하고 이런 효과가 한국을 포함한 제3국에는 경제성장과 소비자 후생에서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했다. KIEP은 한·영 FTA가 없어도 노딜 브렉시트로 한국 경제가 0.050% 성장하고 한·영 FTA를 체결하면 0.08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흥종 KIEP 선임연구위원은 "노딜 브렉시트가 이뤄질 경우 자동차와 기계산업은 타격이 예상되는 반면 철강은 영국이 EU의 철강 세이프가드 대열에서 빠져나오며 대영국 수출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며 "의약품은 인증 절차가 두 배로 늘어나면서 단기적으로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 산업별로 섬세한 관리가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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