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옥이 안팔려요"…공공기관 지방이전 '빚잔치' 될판

세종=정현수 기자, 박경담 기자
2019.01.28 04:00

옛사옥 팔지 못한 기관 등에 차입금 이자 지원하던 제도 올해부터 종료…기관별로 최대 20억원의 이자 부담 생겨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이 수도권에 있는 기존 사옥을 팔지 못해 올해부터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규제 등으로 기존 자산 매각이 쉽지 않아 공공기관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질 전망이다.

27일 기획재정부과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가운데 신사옥 건립에 든 비용을 기존 사옥 매각으로 온전히 충당할 수 없었거나, 기존 사옥 매각이 지연된 14개 기관의 차입금 이자를 올해부터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들 기관은 올해부터 신사옥 건립을 위해 조달한 자금의 이자를 자체 자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앞서 국토부는 2014년부터 3년 시한을 정해 이자 비용으로 지원했다. 지난해까지 정부가 이자로 지원한 금액은 수백억원에 이른다. 국토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 관계자는 “이자는 3년 지원이 원칙이었다”며 “다른 기관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추가 지원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지방혁신도시 등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은 153개에 이른다. 대부분 기존 사옥과 부지 등을 판 돈으로 새로운 청사를 마련했다. 하지만 일부 기관은 상황의 여의치 않아 차입을 통해 지방에 사옥 마련 비용을 조달했다. 청사 신축비가 종전부동산 매각 대금과 자체 재원보다 많거나 종전부동산 매각이 지연된 곳이 해당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종전부동산을 매각하지 못한 기관만 12 곳에 이른다. 감정가를 기준으로 12개 기관의 종전부동산 매각예정액은 1조744억원이지만 매각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교육개발원은 기존 사옥을 팔지 않고 신청사 매입을 위해 각각 917억원, 645억원을 차입했다. 해양과학기술원이 경기 안산시에 있는 옛사옥을 매각하려고 입찰을 시도한 것만 지난해 10월까지 42번이다. 매번 낙찰자를 찾지 못해 2015년부터 3년 동안 43억3400만원의 이자가 발생했다. 올해 예상되는 이자만 20억원이다.

교육개발원도 2010년부터 총 16번의 매각 입찰에 실패했다. 이번달 입찰에선 지난해 7월 기준 감정가인 831억원보다 훨씬 적은 680억원의 매각예정금액을 제시했음에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최근 여당이 수도권에 잔류한 122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추가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전 대상 공공기관들의 신사옥 마련 자금 조달 방법에 대한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차입금 이자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에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반면 종전부동산을 매각하지 못한 공공기관들이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의 규제에 묶여 있다는 점에서 보다 체계적인 이전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차입금 이자를 3년 이상 무작정 보전해달라고 하는 것도 무리”라며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은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방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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