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 구조개편은 김대중정부 집권시기인 1999년 1월 전력산업구조개편기본계획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전력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발전, 판매 부문을 10년 동안 경쟁 구도로 전환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1998년 외환위기를 겪은 뒤 본격화된 공기업 구조조정의 일환이었다.
발전 경쟁체제는 2001년 4월 한전 발전 부문 분할로 구체화됐다. 한전 발전 부문은 한국수력원자력과 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남동, 중부, 서부, 남부, 동서 등 5개 발전 자회사로 나뉘었다. 한전이 자회사에서 생산한 자기를 산 뒤 기업, 가정 등에 파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같은 시기 전력시장 및 전력계통 운영을 맡는 전력거래소도 설립됐다.
구조개편은 여기까지가 끝이었다. 김대중정부는 한수원을 제외한 5개 발전 자회사는 민영화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1차 민영화 대상이었던 남동발전 매각은 노무현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3월 중단됐다. 판매 부문 개방을 염두에 둔 배전분할 논의는 2004년 6월 아예 사라졌다. 노무현정부가 한전 배전분할을 멈추라는 노사정위원회 권고를 받아들이면서다.
발전소가 민간에 넘어갈 경우 전기요금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 민영화가 2001년 캘리포니아 정전사태를 낳았다는 주장에 부딪히면서 구조개편은 동력을 상실했다.
2008년 공기업 선진화를 내건 이명박정부가 집권하면서 구조개편이 재개될 것이란 기대도 커졌다. 하지만 이명박정부는 전기, 가스, 수도, 의료보험은 민영화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밝혔다.
2010년 8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안은 구조개편에 걸맞지 않았다. 당시 한수원과 5개 발전 자회사는 시장형공기업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경영평가 주체가 한전에서 정부로 바뀌었다. 다른 구조개편 축인 전력 판매 부문 경쟁은 중장기 과제로 돌렸고 집권 기간 내에 다시 거론되지 않았다.
박근혜정부 역시 2016년 6월 발표한 에너지 공공기관 기능조정을 통해 전력 판매시장 개방, 발전 자회사 상장을 추진했다. 2014년 9월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이 정부에 공기업 상장을 통한 지분 매각을 요구하면서다.
남동, 동서발전을 2017년 상장하고 2019년까지 다른 발전 자회사는 2019년까지 기업공개(IPO)를 마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에너지 공공기관 기능조정은 최순실 국정농단,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지지부진하다 이듬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중단됐다.
구조개편이 계속 실패한 이유로는 노조 반발,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 등이 꼽힌다. 송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기업 독점을 해체할 때마다 노조에서 민영화 논리를 꺼내 큰일 날 것처럼 주장했다"며 "원격의료, 우버(차량공유업체) 도입이 안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은 "국가 입장에서도 우량 공기업인 한전에서 흑자가 나면 배당이 돌아오는데 현 구조를 해체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싼 전기요금이 지속 가능한 체제인지를 두고 국민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정부가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도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