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한국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신종코로나 확산이 수출·생산·소비·투자에 전방위 악영향을 미치고, 결국 올해 '2%대 성장률'마저 무너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신종코로나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하는 기관이 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이날 발표한 '경제동향'에서 신종코로나 확산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신종코로나가 최근 경기개선 흐름을 제약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생산·소비·수출 등 주요 경제지표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했다.
KDI는 "2월 이후 외국인 관광객 감소와 내국인 외부활동 위축이 숙박·음식점업 등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 생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국산 부품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면 국내 광공업생산도 일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이날 '중국 제조업의 글로벌 위상 변화' 보고서에서 신종코로나가 사스(SARS) 때보다 세계 경제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사스가 창궐한 2003년보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에 따른 한국 경제 악영향을 우려하며 '적극적 경기 부양책'을 제안했다.
해외 투자은행(IB) 등은 신종코로나가 한국 수출에 줄 타격을 우려했다. 9일 블룸버그가 집계한 IB·경제연구기관 등의 올해 한국 수출 증가율 전망(2월 응답 평균)은 2.1%로 전월(2.3%)보다 0.2%포인트 떨어졌다. 한국 정부 전망치보다(3.0%)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옥스퍼드대 산하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한국 1월 상품 수출이 작년보다 6.1% 줄어 1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며 "부진한 세계 교역을 반영한 것으로, 이런 현상은 신종코로나 발병으로 악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종코로나 사태로 세계 경제성장률은 2%대 초·중반으로 낮아지고, 한국 성장률은 2%선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자회사인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을 2.8%에서 2.5%로 낮췄다. 신종코로나로 인한 중국 경제 손실이 사스 때와 비슷할 것으로 가정했을 때 수치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2.5%에서 2.3%로 하향 조정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올해 한국 성장률을 종전 2.5%에서 1.5%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2.2%에서 2.0%로 낮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신종코로나가 성장률을 최대 0.2%포인트 떨어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존 전망치(2.1%)를 고려하면 1.9%에 머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KDI가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2.1% 성장을 예상했다. 작년(2.0%)보다는 성장률이 소폭 높아지겠지만 대내외 경기 하방 압력은 여전히 높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해당 설문은 1월 22~29일 진행돼 전망치에는 신종코로나 영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는 2%대 성장률 사수를 위해 수출·내수 대책을 준비 중이다. 대·중소기업 공장가동·수출지원 대책, 내수활성화 대책, 자영업자 경영 애로 완화 대책 등이다.
하지만 정부의 성장률 전망(2.4%) 달성은 다소 역부족으로 보인다.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정부 설명에도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지속 제기되는 이유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수 침체 조짐이 보일 경우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동원해야 한다"며 "정부는 정확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가짜뉴스를 차단해 경제 주체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