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COVID-19)로 매출 타격을 입었지만 직원을 내보내지 않은 모든 중소기업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인건비(휴업수당)의 90% 수준으로 지급한다.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실업 대란을 사전 방지하기 위한 차원으로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보다 더 강력한 조치다.
정부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다음 달부터 6월까지 3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비율(이하 지원 비율)을 모든 업종에 대해 최대 90%까지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관련 예산은 기존 1004억원에서 5004억원으로 4000억원 늘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고용유지지원금 대폭 확대 방안을 적극 검토해달라"고 주문한 뒤 하루 만에 나온 특단의 대책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전체 근로시간의 20% 이상을 초과해 휴업하거나 1개월 이상 휴직을 실시한 기업을 지원하는 제도다. 지원 비율 90%는 중소기업 등 우선지원대상기업에 적용된다. 90%는 최근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된 여행업 등과 똑같은 수준이다.
고용부는 앞서 코로나19 충격이 가시화되자 중소기업, 대기업 지원 비율을 각각 3분의 2→4분의 3, 2분의 1→3분의 2로 올렸다. 이번 조치로 중소기업 지원 비율은 한 차례 더 뛰었다. 다만 대기업 지원 비율은 1차 인상 때와 같은 3분의 2를 유지한다.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확대로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가령 코로나19로 잠시 문을 닫은 중소기업은 월급 200만원 노동자에게 휴업수당 14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이 중 정부가 대는 고용유지지원금은 105만원에서 126만원으로 오르게 된다. 기업 부담은 거꾸로 35만원에서 14만원으로 줄어든다. 휴업수당 부담분이 25%에서 10%로 떨어지는 셈이다.
지원 비율을 90%까지 끌어올린 건 처음 있는 일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대응하기 위해 지원 비율은 4분의 3까지 오른 적 있다. 1998년 외환위기 때는 고용유지지원금이 활발하게 활용되지 않았다. 제도가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서다.
이번 조치에선 외환위기 당시처럼 실업대란이 터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엿볼 수 있다. 실업 도미노는 영세사업장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23일 기준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사업장 1만8661개 가운데 10인 미만 사업장은 1만4331개에 달한다. 영세업체가 그만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가 일자리에 얼마나 타격을 줬을지는 다음 달 나올 3월 고용동향, 3월 구직급여 신청자 통계를 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 하지만 고용위기 징조는 나타나고 있다. 구직급여를 신청하는 고용노동센터는 실업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자영업자는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고 긴급 대출 창구로 몰리고 있다. 비행기가 멈춘 항공업 등은 휴직이 이어질 경우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으로 번질 수 있다.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확대로 사업주는 인건비 부담을 덜고 노동자는 고용 안정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고용유지지원금 사각지대인 고용보험 미가입자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고용보험 미가입자는 전체 취업자 2700만명 가운데 45%인 1200만명 규모다. 음식점업·도소매업 등 자영업자(547만명), 배달 라이더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50만6000명·이하 특고) 등이 대표적이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이번 조치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해 노동자 고용안정에 기여하길 기대한다"며 "앞으로 취약계층 고용안정을 적극 지원하고 고용유지지원금이 산업현장에서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