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또 암초 만난 전금법···한은 이어 행안·중기·과기부도 '반대'

유효송 기자, 고석용 기자
2021.03.23 17:11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김병욱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장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1.2.23/뉴스1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에 대해 한국은행 뿐 아니라 행정안전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까지 일부 조항에 반대하며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카카오·네이버를 비롯한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등의 새로운 전자금융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인데, 핵심과는 무관한 조항에 대한 부처 간 입장 차이로 국회 논의가 더욱 더져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머니투데이가 확보한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심사자료에 따르면 행안부와 중기부는 윤관석 정무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전금법 개정안에 대한 법안소위 심사에 앞서 법 적용 대상에서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과 온누리상품권 관련 대금결제업을 제외하는 조항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개정안 제3조 3항 제1호는 전자금융업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대상을 규정하고 있다. 전금법 개정 이후에도 금융위가 관리감독하지 않는 대상을 규정하는 조항이다. 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지역사랑상품권이나 중기부가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 관련 대금결제업은 제외 대상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행안부와 중기부는 이 상품권들에 대한 대금결제업을 금융위원회가 관리하는 게 효율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낫다는 입장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현재는 전국 227개 지자체들이 각각 디지털 전자화폐방식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다"며 "전문성이 높은 금융위가 직접 관리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에 금융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전금법은 지급수단 발행자를 관리·감독하는 법인데, 지난해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주체를 지자체장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지역사랑상품권 관련 업무를 떠안는다면 금융위가 지자체를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얘기다. 예컨대 금융위가 '경기지역화폐'와 관련해 이재명 경기지사를 관리·감독하는 모양새가 연출될 수 있는 셈이다.

한편 전자서명 심사기관과 심사기준을 도입하는 것과 관련해선 과기부가 반대하고 있다. 이미 전자서명 제도가 있는 상황에서 전자금융거래용으로 별도 심사를 하도록 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이유다.

금융위는 당초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지만 "국민 재산 보호라는 금융분야 인증의 특수성을 반영하되 과기부와 협의해 수정 가능하다"고 한발 물러섰다. 법이 통과된다면 전담 기관은 금융보안원이 될 전망이다.

한은의 반대도 여전하다. 한은은 빅테크 내부 결제내역을 금융결제원이 관리(청산)하는 데 대한 반대 외에도 금융위가 청산시스템 지정·감독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금융통화위원회의 지급결제시스템 참가기준 제?개정 권한이 무력화된다는 이유다. 이와관련 금융위는 "오픈뱅킹 법제화는 2019년 2월 관계기관이 합동발표한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방안'에서 해당 법 개정을 통해 추진하기로 이미 합의된 사항"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각 부처의 입장 차이를 조율하려면 이번 3월 국회 내 전금법 개정안의 통과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한은과 금융위 갈등 주제인 청산 관련 부분은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만 통과됐으면 좋겠다"며 "시간을 조금 더 두고 협의를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정무위 소속 한 의원은 "한은과 금융위의 갈등 뿐 아니라 빅테크와 다른 부처 간 입장까지 얽혀있는 법안"이라며 "향후 상임위 논의를 이어가며 기관의 의사를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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