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데이터 많은 플랫폼, 매출 적어도 '시장지배자' 규제

세종=유선일 기자
2021.04.27 05:01

가입자·데이터 등을 많이 보유한 온라인 플랫폼 업체는 매출이 작더라도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사업자'로 고려돼 규제를 받을 전망이다. 매출만 작은 '공룡 플랫폼'들의 갑질을 막기 위함이다.

26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는 6월까지 마련하기로 한 '온라인 플랫폼 분야 단독행위 심사지침'(이하 심사지침)에 이런 내용을 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심사지침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 간(B2B) 갑질을 규율하기 위한 것이다. 공정위는 제조업 등 전통산업을 기초로 한 현행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심사기준' 등으로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렵다고 보고, 지난해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별도 심사지침 제정 작업을 진행했다.

현재 공정위는 기업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을 따져 시장지배력을 판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1개 기업의 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개 이하 기업의 점유율이 75% 이상일 때 이들을 시장지배적사업자로 추정하고, 이들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제재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시장지배적사업자는 △상품의 가격이나 용역의 대가를 부당하게 결정·유지·변경하는 행위 △상품의 판매·용역의 제공을 부당하게 조절하는 행위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 △새로운 경쟁사업자의 참가를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해 거래하거나 소비자의 이익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가 금지된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의 경우 매출액만으로는 시장지배력을 판단하기 어렵다. 온라인 플랫폼은 사업 초반에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적자를 감내하면서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경우 서비스 가격이 없기 때문에 이들이 제공하는 '가격'을 기반으로 SSNIP(가격 인상이 소비자 구매 전환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 시장지배력을 가늠할 수도 없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과 관련한 시장 획정 및 시장지배력을 판단할 때에는 매출액 뿐 아니라 가입자 수, 보유 데이터 량, 중개력 등을 고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컨대 대기업 계열 온라인 플랫폼 업체가 수년째 적자를 감내하면서 대량의 가입자·데이터·중개력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플랫폼 업체의 성장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경우 공정거래법으로 제제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공정거래위원회/사진=유선일 기자

공정위는 이와 함께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을 반영한 불공정행위 유형을 심사지침에 명문화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불공정행위 유형으로 △자사우대(Self-Preferencing) △멀티 호밍(Multi-Homing) 차단 △최저가보장요구(MFN) 등이 거론된다.

'자사우대'는 플랫폼 사업자가 상·하방 시장에서 동시에 사업을 하면서, 경쟁사업자보다 자사 서비스에 혜택을 주는 것이다. '멀티호밍 차단'은 자사의 고객이 동시에 여러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다. '최저가보장요구'는 자사에 타사와 최소한 같거나 저렴한 가격을 적용하도록 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내용의 심사지침을 시행하면 공정위는 총 3개 유형의 '온라인 플랫폼 갑질'을 규제할 근거를 가질 수 있게 된다.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의 입점업체 대상 갑질을 제재하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발의했고,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가 공청회를 열었다. 온라인 플랫폼의 소비자 대상 갑질을 막기 위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최근 입법예고 기간이 종료됐고, 국무회의 등 절차를 거쳐 연내 발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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