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모든 조형물에 태양광 설치하는 날이 온다"

울산=대담
2021.08.23 04:22

[머투초대석]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사진=한국동서발전

"앞으로 인간이 만든 모든 조형물은 결국 태양광 발전 패널로 뒤집어 씌워야 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한국동서발전의 본래 미션은 국가 소요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이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에너지 전환 선도기업이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동서발전이 에너지 전환의 최첨병이 되겠습니다."

국내 전력산업의 최전선에 서 있는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을 지난 2일 울산 중구 동서발전 본사에서 만났다. 이달 3일 취임 100일을 맞은 김 사장은 '2050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국가적 과제 앞에서 발전사가 에너지 전환을 선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국과 EU(유럽연합) 등 강대국들이 탈탄소라는 대의를 앞세워 세계 경제지형을 흔들려 하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이를 위해 발전사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던 일을 꾸준히 하며 탄소중립이란 흐름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면 되는게 아니라 과감하게 틀을 깨부수고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는 것이다. 주로 석탄발전의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는 R&D(연구·개발)도 전면 개편해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돌려야 한다는게 김 사장의 생각이다.

다음은 김영문 사장과의 일문일답.

-취임한지 100일이 지났다. 소감이 어떤가. 현재 가장 신경쓰고 있는 사업은 무엇인가.

▶발전산업이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큰 흐름, 분기점에 서 있는 것 같다. 산업 전체적으로 보면 4차 산업혁명이라는 태풍이 불고 있지 않나. 발전산업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에너지 전환이라는게 정말 심각한 문제다. 잘 판단하고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본다. 발전사가 그저 발전기를 사서 운용하고 전기를 만드는 회사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때다.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래선 안 된다. 본래 우리의 미션은 전력을 생산해 국가에서 소요되는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상황은 이에 더해 에너지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선도기업이 돼야 한다. 동서발전이 에너지 전환의 최첨병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에너지 전환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앞으로 한국사회가 에너지전환을 하기 위해서는 태양광발전을 늘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다. 그런데 태양광발전은 1MW(메가와트)를 설치하는데 토지가 약 3000평(3.3㎡)이 필요하다. 그런 식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앞으로 인간이 만든 모든 조형물은 태양광 패널로 뒤집어 씌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문을 통해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있는 페브로스카이트 소재 패널의 효율이 이론상으로는 50%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이게 되면 건물 유리창에서 전기를 만들 수 있다. 두번째로는 최근 지붕태양광이 늘어날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것 뿐만이 아니라 모든 건축자재가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동서발전에서 보도블록형 태양광 실증을 하고 있는데 이게 실용화가 되면 모든 도로에서 발전이 가능하다. 영농형 태양광 또한 대안이다. 햇빛을 태양광이 막으면 농작물이 자랄 수 있냐는 문제가 있는데 실제로 태양광을 설치하고 그 아래 LED(발광 다이오드)를 설치했더니 수확이 20% 늘었다는 보고가 있다. 또 기술이 발전하면 사람이나 자동차가 누르는 압력을 이용한 발전(압전) 또한 가능할 것이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가 발전을 하게 되는 것이다.

-태양광 외에는 어떻게 신재생을 늘려야 할까.

▶해상풍력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래야 1GW(기가와트) 규모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또 풍력이라고 하면 큰 블레이드(날개)가 있는 풍력만 생각하는데 선풍기처럼 작은 것을 달아도 가능할 수 있다. 원통으로 된 풍력발전기도 있다. 수력도 유속자체를 이용하는 소수력이 가능하다. 부산대의 한 학생이 휴대용 수력발전기를 만들어 실제 미국에서 크게 성공한 사례도 있다. 규모가 작아서 많은 전기를 생산하지는 못하지만 땅이 넓은 미국에서는 캠핑 같은 것을 할 때 핸드폰을 충전한다거나 랜턴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파력과 조력도 유속만 있다면 기술개발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사진=한국동서발전

-재생에너지는 자연환경에 따른 간헐성이란 약점이 있다. 이것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문제는 간헐성이다. 자연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바람도 안 불고, 햇빛도 없으면 발전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수소연료전지다. 수소는 현재 인류가 사용가능한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다. 재생에너지에서 나오는 전기를 수소를 통해 저장해놓고 수소연료전지를 통해 필요할 때 쓰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포집기술을 더 발전시켜 경제성을 확보하면 가능성이 있다.

-동서발전은 현재 신재생에너지 확대 요구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에 발맞춰 동서발전형 태양광·풍력·수소산업 신모델을 구축해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2025년까지 2조6700억원을 투자해 신재생설비 3.7GW를 확보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K-Solar 1000' 프로젝트를 통해 1260MW 규모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태양광 셀, 모듈, 인버터 등 주요기자재를 국산으로 설치해 생태계 공고화와 신규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K-Wind 2000' 프로젝트에 2025년까지 6540억원을 투자해 1930MW 규모 육상풍력과 해상풍력 발전설비 건설을 추진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국산 풍력발전기 200기를 설치할 계획이며 현재 추진 중인 동해 부유식 해상풍력 등 해양풍력 분야에도 집중 투자할 예정이다. 200MW급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과 650MW급 여수삼산 해상풍력 등 3.4GW 규모 발전사업을 개발 중이다.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 경쟁력 강화와 기자재 국산화를 위해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14개 과제에 약 5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P2G 기술개발사업과 대용량 풍력발전 시스템·국산화 실증, 1MW 규모 수소 전기차용 연료전지 발전기 확대 등의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울산은 수소경제 선두를 달리는 지역이다. 수소경제와 관련된 주요 사업에는 무엇이 있나.

▶현재 유관 기업들과 협력을 통해 '울산항 수소물류허브 육성'을 위한 그린수소 사업을 계획 중이다. 2030년까지 울산항에 국내 첫 그린수소 공급 거점기지를 완공하고 기업들과 공동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해 6월 완공한 세계최대 규모의 50MW급 대산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을 기반으로 부생수소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6월 GS칼텍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호남발전본부 유휴부지를 활용한 부생수소 연료전지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ESG는 공기업의 본질…에너지 전환, 국민도 관심가져야"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사진=한국동서발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강화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ESG는 공기업의 본질이다. 특히 발전산업은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최선을 다해 추진하려고 한다. ESG를 강화함에 있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기업들이 ESG를 추진하는게 기업이 변해서 하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ESG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한다. 취임 이후 기관 특성을 감안한 '동서발전형 ESG경영 추진계획'을 수립했고, 많은 기관들로부터 벤치마킹 요청을 받고 있다. 이사회 내에 ESG 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2025년까지 12대 중점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발전사는 발전사업 진행 과정에서 발전소 입지, 송전탑 설치 등과 관련한 지역사회 민원과 마주할 수밖에 없을 듯 하다. 어떻게 풀어가실 계획인가.

▶지역주민과 적극적으로 만나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반대주민과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고 환경과 건강권 등 우려사항을 발전소 설계에 반영하는 등 해소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주요 사회단체장 중심의 협의체를 구성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원사업계획을 수립하고 맞춤형 사회공헌과 봉사활동 등을 통해 환영받는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LH사태를 계기로 공기업 개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교육, 규정, 신고, 처벌 등 단계별 반부패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전직원 반부패 교육을 의무화하고 지난 3월에는 윤리경영 실천선언을 통해 반부패 의지를 밝혔다. 사적 이해관계 신고와 직무상 취득정보 이용 금지규정 등도 강화했다.

-발전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해외사업 또한 중요포인트가 될 것 같다.

▶동서발전은 미국과 자메이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지난 10여년간 이미 진출한 해외사업지를 거점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자메이카 190MW 종합준공을 비롯해 미국 오하이오주 가스복합, 호주 퀸즈랜드주 태양광사업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선진국으로서 위상에 걸맞는 해외사업 활동을 통해 신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할 것이며 그동안은 시장위험 때문에 접근하지 못했던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 등 저개발국가 에너지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특히 아프리카는 지금 당장보다는 10년 후를 내다보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취임사에서 4차 산업혁명 기반 경쟁력 확보를 주문하기도 했다. 어떤 청사진을 갖고 있나.

▶동서발전은 발전사 최초로 4차 산업혁명 전담조직인 디지털기술융합원을 통해 다양한 연구개발과 실증을 하고 있다. 총 188건의 과제를 추진하고 있으며 로봇과 드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석기술을 활용한 기술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드론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진단, 부유식 태양광 모듈진단 알고리즘 개발 등에 나서고 있고 인공지능 기반 발전소 예측경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안전관리에 있어 발전소 무인화 기술을 도입해 낙탄제거 등 위험요인이 있는 개별공정을 서비스로봇으로 대체하고 석탄취급 공정 전체를 무인화해 안전사고를 원천 차단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국민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발전소가 공해배출 기업이라는 인식이 많지만 동서발전은 친환경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국민들도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 특히 에너지 절약에 동참해주셨으면 한다. 사용하지 않는 전기코드를 뽑고 에너컨과 선풍기를 함께 사용하며 실내온도를 26도로 설정하는 등 일상 속 작은 실천이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 동서발전은 에너지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열린자세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밝은 미래를 국민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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