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뒤집듯 한다.
정부여당이 협의를 거쳤다며 내놓은 정책이 뒤바뀌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은퇴 후 소득이 없는 1가구 1주택 고령층의 종합부동산세 납부를 일정 기간 미뤄주는 방안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폐기된 것이 24일 알려진게 대표적이다. 종합부동산세 납부를 미룰 수 있다고 생각한 이들은 낭패에 빠지게 됐다.
민주당 부동산특위가 임대사업자의 의무 임대 기간이 끝나면 세제 혜택을 연장 없이 정상 과세하고, 매입 임대사업자 신규 등록도 받지 않겠다고 발표했던 것도 이내 뒤집혔다. 임대사업자가 가진 물량을 시장에 풀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의도였지만, 임대사업자의 거센 반발을 불러온 탓이다.
작년 6·17 대책 때 발표한 '재건축 2년 실거주 규제'도 뒤집히긴 마찬가지였다.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이 새 아파트 분양권을 받으려면 2년간 실거주하도록 한 규제가 지난 7월 전면 백지화됐다.
정부의 규제 발표 후 집주인이 실거주 조건을 채우려고 이주하면서,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노후 아파트에서 살던 세입자들이 쫓겨나는 일도 이어졌다. 임대사업자들이 가진 물량을 풀어 시중의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생각도 맘먹은대로 되지 않았다. 시장과 유리된 정책 입안자의 상상속 시나리오인탓에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고 정부의 신뢰만 깎아먹었다. 확정된 내용인양 발표해 그대로 따랐는데 누가 책임지느냐 시비도 줄을 이었다.
#뒤끝이 있다.
삼성은 24일 앞으로 투자 금액만 240조원에 달하는 3년 동안 이뤄질 투자와 고용 방향을 제시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이 가운데 180조 원을 국내에 투자할 예정이고, 반도체와 바이오, 통신, AI(인공지능) 등 4대 분야에 신규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3년 동안 신규 채용 인원은 4만명에 이를 것이라고도 했다.
물론 투자계획 발표를 미뤄온 것이고 총수(이재용 부회장)의 석방 후 11일만에 급조해 가시적인 수치에 집착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같은날 공개된 청와대 수석비서관(이철희 정무수석)의 멘트는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이 수석이 SBS 관련 유튜브채널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결정과 문재인 대통령은 무관하다고 말한 사실이 공개됐다. 짐작이라는 사족이 달리긴 했지만 "(문 대통령의) 인권변호사라는 경력 등을 두루 감안하고 (대통령이) 맘대로 해도 된다고 하면 (지금과는) 다른 결정을 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그런 점에 대해서는 생각이 좀 착잡했을 거라고 본다"는 부연은 경제회복과 백신외교 역할론 등에 기대 이 부회장 석방을 바랬던 이들이 듣기에도 불편했다. '대통령도 심정적으로 반대하는 상황에서 풀어줬는데 어디 잘 하나 보자'는 뒤끝의 흔적도 배어있다. 지난 19일 이 부회장이 '무보수·비상임·미등기' 상태로 현재의 취업제한 조치로도 경영활동이 가능하다고 밝힌 법무부 장관은 "청와대에 가석방에 관해 보고한 바 없고 구체적인 협의도 없었다"는 24일 국회 답변을 내놓았다. 같은날 흘러나온 장관과 청와대 수석의 발언과 관련해 통치 행위에 책임지지 않으려는 것 아닌가 하는 무책임성에 대한 질타도 흘러나온다.
#가짜뉴스다(?).
지금은 현직이 아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유행시킨, 불리한 상황을 반전시킬때 쓰던 만능 무기가 있다. '가짜뉴스'라는 낙인이 그것이다. 상대의 폭로나 자신의 말바꿈으로 인해 곤란해졌을때 한마디만 하면 됐다. 그는 백악관의 실상을 폭로한 책들이 나올 때마다 명예훼손법(미국에는 언론중재법 유사법률이 없다)을 개정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부동산 정책이 뒤바뀌는 일이 있을 때마다 언론이 비판하자 여당의 소위 강경파 의원들은 '가짜 뉴스'라고 낙인을 찍었다. 법사위 통과 뒤 본회의 상정이 대기 중인 언론중재법 발의에 초기에 깊이 관여한 의원은 5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그는 자신에 대한 의혹이 보도될 때마다 가짜뉴스라고 항변했다. 발언 맥락의 이해부족과 일부만 부각시켰다는 항변도 '가짜뉴스' 항변의 주요 근거다. 트럼프의 결말은 지켜본대로 연임 실패고 찢겨진 미국이라는 깊은 흉터가 남았다. 트럼프마저 입법화에 실패한 법을 한국에서 만들려는 움직임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24일 국회 법사위원회에 상정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25일 새벽 상임위 문턱을 넘었고 30일 본회의에 올려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