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오래 걸려?"...현대重+대우조선 3년이나 기다린 이유

세종=유재희 기자
2021.11.04 18:30

[MT리포트] 발목 잡힌 '메가 조선그룹'의 꿈②

대우조선해양이 28일 동시 명명한 '쇄빙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4척. 이날 명명식을 가진 쇄빙LNG선 4척에는 니콜라이 예브게노프(러시아 북극탐험가), 블라디미르 보로닌(러시아 첫 북극항로 운항 쇄빙선 선장), 기요르기 우샤코프(러시아 북극탐험가), 야코프 가껠(북극 수심지도 최초 작성자) 등 4명의 러시아 북극 탐험가 및 학자 이름이 붙었다. 쇄빙 능력을 갖춘 LNG선은 대우조선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선박이다. 대우조선은 지난 2014년 러시아 야말지역에서 생산한 LNG를 수출하기 위해 계획된 '야말 LNG 프로젝트'를 위해 발주된 쇄빙LNG선 15척(48억 달러, 한화 약 5조원)을 모두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2019.3.28/뉴스1

현대중공업그룹(이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M&A(인수·합병)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거의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등 해외 경쟁당국의 결론이 늦어진 때문이지만, 내부적 고민이 없지 않다. 공정위 입장에선 인수를 섣불리 승인했다간 '자국 산업 보호'라는 오명을 쓸 수 있고, 승인 조건으로 과도한 시정조치를 부과했다간 국내 조선업 부활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3년간 무슨일이…

4일 관계부처와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9년 3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계약을 뒤 그해 7월 1일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해 △EU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등 6개국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다.

같은 해 10월부터 해외 경쟁당국 일부에서 승인 소식이 전해졌다. 카자흐스탄이 신호탄을 쐈다. 이어 2020년 8월 싱가포르, 12월 중국도 승인을 결정했다. 카자흐스탄과 중국 당국은 승인 이유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싱가포르 경쟁·소비자위원회(CCCS)는 올해 2월 기업결합 심사 검토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CCCS는 조선 시장을 유조선과 벌크선,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으로 나눠 경쟁제한성을 분석했다. 당국은 두 기업의 합병으로 시장점유율은 30%~70%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봤지만, 조선 시장에선 시장점유율이 시장지배력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시장점유율은 독과점 여부를 판단하는 요소지만, 입찰이 중심인 조선산업에선 유효 경쟁자의 존재가 중요하다고 봤다. 즉 유효 경쟁 업체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면 가격 인상 등 시장지배력 남용에 대한 잠재적 우려는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EU 집행위는 LNG 운반선 시장에서 수주 독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형 M&A 심사, 차일피일 늦춰져..."섣부르게 나설 수도 없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기업결합 심사는 그동안 해외 경쟁당국과 함께 진행한 심사들에 비해서도 오래 걸린 편이다. 2019년 이후 공정위가 해외 경쟁당국과 동시에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한 총 8건이 전체회의에 상정이 되는 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288일(약 10개월)이었다.

과거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현 기아) 인수를 승인하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의 독과점을 초래했다는 원죄를 안고 있는 공정위로선 이번 조선사 M&A 역시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는 사건이다. 우리 경쟁당국이 외국보다 먼저 기업결합을 승인하면 해외에서 보기에 '자국 기업 편들기'로 비춰질 수 있다. 반대로 조선·항공 등 정부 주도로 추진한 M&A에 일부 사업 매각 조치 등 강력한 시정방안을 담은 조건부 승인을 낼 경우 '부처 간 엇박자'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공정위가 EU 등 주요 해외 경쟁당국의 결정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 건도 비슷한 사례다. 공정위는 미국 경쟁당국의 심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월 공정위와 미국, EU 등 9개국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는데, 미국과 EU집행위는 두 회사의 국제선 중복노선에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선제적으로 공정위가 결합을 승인한다고 해도 미국이 승인하지 않으면 미국 노선 운항을 포기해야 한다.

다른 예로 SK하이닉스의 미국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추진 건도 있다. 계약을 체결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중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늦춰지면서 M&A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중국 당국의 승인이 3분기 말에 날 것 예상됐지만, 지금은 연내 승인 결정이 날지도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

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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