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불확실성은 기업 몫?…국회, 수소법 '나몰라라'

세종=안재용 기자
2022.01.01 07:02

"내년 3월에 대통령선거인데 너무 불확실하다. 기업들이 투자를 진행하려면 뭔가 확실한 뒷받침이 있어야 마음놓고 하지 않겠나."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이하 수소법)' 개정안 통과가 국회에서 세 차례나 미뤄지는 것을 본 에너지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불확실성'이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개정안에는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 등 초기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 담겨 있다. 특히 CHPS는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에서 수소발전을 떼어내 의무구매 대상으로 지정하는 제도로, 초기수요를 창출하고 청정수소 사용을 독려해 적극적인 기술개발과 투자에 나서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거꾸로 말하면 CHPS 도입 등이 담보되지 않으면 기업들이 수소경제에 투자하더라도 당장 수익을 거두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수소경제가 이제 막 개화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수소발전이 의무화되지 않으면 기업 입장에서는 LNG(액화천연가스)발전이나 태양광·풍력 등에 투자하는게 수익이 높을 수 있다. 설사 수익이 높진 않아도 수요 부족으로 대규모 손해를 볼 가능성도 낮아진다. 청정수소의 정의 논란도 마찬가지다. 개정안을 보고 블루수소 관련 투자를 늘렸는데, 그린수소만 청정수소로 인정되면 기업들은 큰 피해를 보게 된다.

현대자동차와 포스코, SK 등 기업들이 수소경제에 43조원을 투자하는 것은 미래를 보고 하는 일이다. 그러나 수소경제 투자가 단기간 기업실적을 크게 악화시키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기 어렵다. 실제로 2010년대 초중반 수소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다 실적이 안 좋아 책임을 지고 퇴직했다는 임원도 있다. 개정안에 담긴 제도들은 기업들이 갖고 있는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다.

'법 개정이 몇달 늦어지는게 큰 문제인가'하고 반문할 수 있지만 문제는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업계는 탈원전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해당 정책으로 두산중공업 등 원자력업계가 어떤 피해를 봤는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봤다. 여야가 수소경제를 키워야 한다는데 큰 이견이 없는 상황이지만 대통령 한 명의 뜻에 따라 정책이 180도 달라질 수 있는게 현실이다. 수소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는 것은 기업들에게 최소한의 안전책이 될 것이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발등에 불이 얼마나 떨어졌으면 현대차와 포스코, SK가 뭉쳐서 호소문을 냈을지 국회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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