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금 쌓인 채 한 배 타는 행안부와 경찰[기자수첩]

이창명 기자
2022.07.27 03:30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들이 26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경찰국 신설 반대' 대국민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이달 29일까지 서울역에서 대국민 홍보전과 국회 입법 청원을 위한 서명 운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30일 전국팀장회의(경감?경위)까지 예고된 상황이다. 2022.7.26/뉴스1

31년 만에 경찰국이 행정안전부 내에 설치된다. 하지만 출범 과정이 순탄치 않아 정부와 경찰은 이제 서로 앙금을 쌓은 채 한 배를 타야 한다.

정부는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가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강조해왔고, 경찰국을 설치하자는 주장에도 설득력이 있다. 우선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의 내용을 담은 개정 형사소송법 등으로 인해 9월부터 검찰 수사권이 대폭 축소된다. 검찰은 이제 부패와 경제 사건만 수사가 가능하다. 반면 검찰의 수사권이 사라진 대신 대부분 사건은 이제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전담한다.

경찰이 사실상 수사권을 독점하고, 검찰의 수사지휘도 받지 않을 정도로 권한이 커졌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민정수석실을 없애면서 경찰을 통제할 기구는 사라졌다. 그간 경찰의 인사는 대부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이뤄졌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 부처 가운데 어딘가는 이 같은 업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고, 정부조직법상 행안부가 가장 적법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수많은 설명과 노력이 있었지만 여전히 불신이 크다는 얘기다. 경찰들이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면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같은 경찰 출신인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를 통해 오해를 해소할 순 없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이 장관은 경찰과 대립하는 길을 택했다. 전국 경찰서장의 모임을 두고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비유했다. 이 같은 발언에 경찰의 반발은 더욱 격화하고 있다. 경찰의 집단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많지만 장관의 발언이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더 많은 분위기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 장관은 특정 출신 경찰관들을 겨냥해 노골적으로 경고했다. 지난 23일 경찰국 설치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참석한 경찰대 출신들을 향한 발언으로 추정된다. 마침 경찰대 개혁까지 예고했다. 이 장관은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에서 "경찰대를 졸업했다는 이유만으로 경위로 출발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말해 적잖은 파문이 예상된다.

기나긴 항해를 앞두고 한 배를 타야 하는 이들 사이에 벌써 돌이킬 수 없는 불신이 쌓여가고 있다. 특히 경찰국은 13명의 경찰 출신들로 구성해 출범한다. 이제 같이 얼굴을 보고 지낼 수밖에 없는 한 식구지만 출발도 하기 전에 위기가 감지된다. 안전을 책임지는 두 기관의 기싸움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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