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탄생한 'S등급' 공공기관...동서발전 사장이 밝힌 비결

대담=이상배 경제부장, 정리=정진우 기자
2022.12.15 05:10

[머투초대석]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 직원들과 소통하며 2023년 준비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사진= 동서발전

"여러분이 처리하는 일의 주인은 여러분입니다."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58·사진)은 지난 1일 모든 직원에게 이 같은 제목의 '12월 CEO(최고경영자) 레터'를 보냈다. 여기엔 "사장을 비롯해 상급자가 말하는 것이나 지시하는 것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말라"는 내용이 담겼다. 본인의 생각과 다르다면 심사숙고해 그 지시에 따른 결과를 검토하고, 그래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재고해 달라는 의견을 윗사람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게 김 사장의 메시지였다.

김 사장은 "동서발전 직원들이 윗사람의 지시와 의견을 구별할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이기를 바란다"며 "보고를 하거나 결재를 받을 때 그 자체에 신경을 쓰면서 아무런 지시없이 결재를 받는 걸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여러분이 그 일의 주인이다. 여러분의 고민을 같이 나눠 더 정확한 결론을 도출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이처럼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매월 1일 직원들에게 온라인 편지를 보낸다. 김 사장만의 특별한 소통 방식인데, 직원들과 만날 때면 그 달의 편지 주제에 대해 격의없이 토론한다. 토론한 내용은 회사 정책과 다음 달 편지에 반영하는 등 쌍방향 소통이 이뤄진다.

김 사장의 이런 소통 방식은 동서발전 업무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동서발전은 지난 6월 발표된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S(탁월)'를 받았다. 지난해 뿐 아니라 2012년 이후 10년 동안 공공기관 평가에서 'S등급'을 받은 기관은 전국 130개 공기업·준정부기관 가운데 동서발전이 유일하다.

기획재정부는 동서발전에 대해 "재난안전 사고 예방, 윤리경영 등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고 발전설비 안정적 운영 등 주요 사업에서도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김 사장은 요즘 직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더욱 새롭고 희망찬 2023년을 준비 중이다. 머니투데이가 지난달 28일 울산에서 김 사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가운데)/사진=동서발전

다음은 김 사장과 일문일답

- 동서발전 사장에 취임한지 1년8개월이 지났는데 소회가 어떤지.

▶ 경영자나 리더가 해야할 일은 조직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일을 잘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취임 후 동서발전의 가치체계를 새로 정립했다. '국가필요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이란 미션도 세웠다. 그 미션을 탄소중립 시대에 달성하기 위해선 에너지 전환을 할 수 밖에 없는데, 끌려가기보다 선도하자는 취지에서 비전을 '에너지 전환 선도기업'으로 정했다. 다른 어느 발전회사보다 에너지전환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S등급'을 받았다. 130개 공공기관 중 동서발전이 유일했다. 공공기관에서 10년만에 처음 나온 'S등급'이다. 이런 성과를 내는 과정에서 행정이나 경영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됐다. 이제 조직의 방향성이나 조직문화가 서서히 직원들의 의식 속에 내재화되고 있다고 느낀다. 가장 중요한 기초는 닦았다고 생각한다.

- 'S등급'을 받은 비결이 궁금하다.

▶ 당연히 직원들이 열심히 한 덕분이다. 직원들에게 감사하다. 일각에선 저를 전력산업에 문외한인 낙하산이라고 비판했는데 그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는 결과라 더 의미가 크다. 특별한 비결이라고 하면 직원들의 성실성이다. 장치산업인 에너지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지표로 보는 고장정지율이 타 발전소보다 매우 낮았고(3년 연속 최저 고장정지율 기록), 안전경영 성과가 탁월했으며(5년 연속 사고사망 0명), 공기업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 실현부분에서도 매우 좋은 실적(공공기관 동반성장 평가 최고등급 11회)을 거뒀다.

기업의 업무 추진방향이 명확하게 정립된 것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회사의 가치체계와 미션을 선명하게 잡은 덕분인지 직원들도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했다. 구체적인 실천 방향으로 '전환', '효율화', '상생'을 제시했다. 신재생에너지의 적극적인 개발과 동시에 절전이 곧 발전이라는 생각으로 에너지효율화사업을 추진했다. 전환과 효율화 사업 과정을 동서발전만 하는 게 아니라 관련 중소기업과 더불어 해 나감으로써 중소기업들의 에너지 전환을 도왔다. 더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높여 해외에 수출하는 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방향을 설정했다. 직원들이 이를 잘 따라줬다.

- 신재생권역센터에서 약 100명이 근무한다고 하는데

▶ 처음에는 다른 회사들처럼 25명 규모로 대전 등 4곳에 신재생권역센터를 설치했다. 그러다가 직원들의 의견을 받아 50명으로 늘렸는데 '그래도 신재생에너지 전환 선도기업으로 비전을 선포했는데 100명은 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2배로 인원을 더 늘렸다. 직원들에겐 단기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역점을 두라고 했다. 단순한 수치를 떠나 어떤 이유에서 태양광이나 풍력이 설치되지 않는지 원인을 밝히고 해결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많은 실적이 나오도록 했다.

1초에 두 마리로 번식하는 짚신벌레가 있는데 1병을 채우는데 1시간이 걸린다면 2병을 만드는데 얼마나 걸리냐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답은 2시간이 아니라 1시간 1초다. 솔루션을 만들면 성과는 저절로 따라온다. 현재 충청센터(총괄센터), 호남센터, 영남센터, 경기·강원센터, 제주분소에서 직원들이 전국을 샅샅이 뒤져서 사업개발을 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뿐 아니라 소수력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개발 중이다.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왼쪽 두번째)/사진=동서발전

- 내년에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 궁금하다.

▶ 내년에도 적극적으로 신재생에너지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에너지 효율화 사업도 더 확대할 계획이다. 우선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관련해선 대규모 영농형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이고 인구밀도가 높아 공지(빈 땅)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려면 영농형과 건물일체형태양광(BIPV)일 수 밖에 없다. 그 중 MW급의 영농형 태양광 실증사업을 추진해 보려고 하는데, 그 발전량이 약 20MW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너지효율화 사업 및 상생과 관련해선 울산시 등과 협력해 기업들에 대한 에너지효율화 진단사업을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희망업체를 상대로 효율화사업을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청년 창업 지원 등을 통해 에너지효율화 진단사업 및 본 사업을 진행할 청년기업 다수를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외사업과 관련해선 해외그린수소 생산사업을 추진해 볼 계획이다. 장기적인 탄소중립 시나리오 상 현재의 석탄이나 LNG발전소를 수소전소나 암모니아 전소 발전소를 변환시켜 발전할 계획이다. 이에 필요한 수소는 주로 해외에서 수입할 수 밖에 없는데 현재 신재생 개발 조건이 좋은 호주나 칠레 등에서 태양광이나 풍력자원을 개발하고, 그 전기를 이용해 수소를 직접 만들어 도입하는 작업을 추진하려고 한다.

-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기울이고 있는 노력이 있다면

▶ 미국이나 호주 등에서는 이미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단가가 석탄이나 LNG발전 단가보다 낮아진 상태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석탄이나 LNG발전 단가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기술 개발로 얼마지나지 않아 역전될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더 값싼 에너지기 때문에 전환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선 기술개발이 가장 중요하다. 수소생산 및 이동·저장과 관련한 기술이 필요하고, 에너지저장장치들의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동서발전은 기술의 수준 및 필요기술 등에 관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필요한 기술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 비전형 CEO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 지난 6월부터 울산에너지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에너지포럼은 창립 7년차로 국내 유일의 국가에너지정책을 연구하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을 중심으로 석유공사, 에너지공단 등 울산 혁신도시 내 기관들이 설립한 단체다. 울산에 자리매김한 대표공기업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산·학·연 에너지전문가들과 함께 울산경제 활성화를 위해 앞장서겠다.

직원들에겐 에너지 산업의 미래 진행 방향에 대해 확신을 주려고 한다. 지구의 미래를 위해서 탄소중립을 하는 것이 아니라 더 값싼 에너지기 때문에 에너지전환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소 경제로 가지 않으면 동서발전은 존속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직원들이 인식했으면 한다. 확신을 갖고 에너지 전환, 효율화 사업, 그리고 공기업의 본질에 맞는 중소기업과 함께 하는 상생, 그리고 끊임없는 기술발전에 관심을 가져야한다. 아울러 새로운 사업을 이뤄낼 수 있는 조직문화 즉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한다.

- 끝으로 직원들에게 한말씀 부탁한다.

▶ 평소에 '세상에는 정답이 없다'란 말을 많이 한다. 서로 다른 주장이 존재하는데 내 주장만이 옳고 상대방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경우엔 어떤 조건에선 이 주장이 옳고, 어떤 상황에선 다른 주장이 옳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직원들이 항상 열린 생각으로 어떤 상황인지를 파악하는 노력을 했으면 한다. 또 직원들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항상 간직하고 살았으면 한다. 인생이란 것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 것 같다. 항상 좋을 때도 항상 나쁘기만 할 때는 없다. 어려움이 있으면 좋은 일이 오고, 현재가 좋으면 또 다른 어려움은 항상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마음을 갖고 몸도 마음도 건강했으면 한다.

[프로필]

△1965년 울산 △서울대 법대 공법학과 졸업 △사법고시 34회 △서울중앙지검 검사 △서울중앙지검·대구지검·수원지검 부장검사 △청와대 민정수석실 사정비서관실 행정관 △법무부 보호법제과·법질서선진화과 과장 △법무법인 지평 파트너변호사 △관세청장 △한국동서발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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