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부담 더 덜어줘야 하지만…" 쪼그라든 세법개정

세종=유선일 기자, 이재윤 기자
2023.07.27 16:00

[2023년 세법개정]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열린 '2023년 세법개정안' 사전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여러 가지 현실 여건상, 그리고 세법 개정과 관련된 환경상 대대적인 개편을 하기 쉽지 않았다"(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7월 24일 '2023년 세법개정안' 사전 브리핑)

정부가 27일 확정한 세법 개정안을 보면 지난해와 비교해 규모와 내용이 대폭 축소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첫해 이미 법인세 등 주요 세목을 건드린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정치적 판단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올해 세법 개정안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있다. 우선 명칭이 달라졌다. 원래 정부는 매년 '세법 개정'을 추진하는데 윤석열 정부는 출범 첫해인 지난해 해당 명칭을 '세제개편'으로 변경했다가 올해 다시 세법개정으로 되돌렸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지난해에는 윤석열 정부의 철학에 따라 세제의 큰 틀을 바꾼다는 차원에서 세제개편으로 불렀지만 올해는 큰 틀을 바꾸는 것이 없어서 명칭을 합리적으로 조정했다"고 말했다.

정 실장 발언대로 정부는 지난해 '전방위적 감세'를 골자로 한 대대적 세제 개편을 추진했다. 구체적으로 △법인세 최고세율 22%로 하향 조정 △종합부동산세 다주택자 중과 해제 및 세율 인하 △소득세 1인당 최대 54만원 부담 경감 등이 핵심이었다. 당시 기재부는 이런 개편으로 세금이 4년간 총 13조1000억원 덜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올해는 '소규모' 세법 개정에 머물렀다. 기재부가 꼽은 주요 개정 사항은 △영상콘텐츠 투자 세제지원 확대 △혼인에 따른 증여재산 공제 신설 △자녀장려금 대상 및 지급액 확대 △해외신탁 자료 및 임직원 국외주식기준보상 거래내역 제출의무 부여 △가업승계에 따른 세부담 완화 정도다. 이에 따른 세수 감(減) 효과는 5년간 4719억원으로, 지난해와 차이가 크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이 지난 24일 열린 '2023년 세법개정안' 사전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정부로선 2년 연속으로 대대적 개편을 추진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5월까지 누계 국세수입이 전년동기대비 36조4000억원 줄어드는 등 세수 여건이 크게 악화해 지난해처럼 큰 폭의 감세를 추진하는 것도 무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배경도 없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3%포인트(p) 낮추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여야 간 의견이 크게 엇갈리며 1%p 하향에 그쳤다. 정부는 여전히 법인세 부담을 더 낮출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여소야대 국면에서 이를 재추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추 부총리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더 낮추고 구간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며 "그런 취지를 담아 지난해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야당의 강한 반대 때문에 1%p 낮추는데 그쳐 근본적 개편을 마무리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회 상황이 지난해와 동일하다"며 "동일한 (법인세제 개편) 내용을 정부가 다시 제출한다고 특별한 진전이 있을 것 같지 않다는 현실적인 고려를 했다"고 밝혔다.

업계도 올해 추가적인 법인세 부담 완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평가해왔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올해 세수가 부족하다고 하니 추가적인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별도 건의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이라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사안을 제외한 면도 있다.

정부는 원래 이번 세법개정을 통해 상속세 과세 체계를 유산세(피상속인이 남긴 재산 총액에 과세)에서 유산취득세(상속인 개인의 취득분에 과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이런 개편안을 두고 '부자 감세'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을 피하고자 일찌감치 해당 사안을 세법개정에서 제외하고 중장기 과제로 남겨뒀다.

혼인자금 증여세 공제액 확대 역시 적잖은 논란이 될 것으로 보고 이달 초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방침'이 아닌 '검토'로 수위 조절을 하는 등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후 정부는 여론 수렴을 거쳐 이번에 구체 계획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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