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구해본 경험이 한 가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서울소방재난본부 홍보기획팀 이승수 소방교(35세) 얘기다. 그는 사람의 목숨을 구했다는 그 뿌듯함이 마음에 남아 12년 이상의 가수 생활을 청산하고 소방관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막연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소방관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듣기 위해 지난달 이 소방교를 직접 만났다.
그는 본격적으로 음악활동을 한 이후에도 동료들로부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가수였다. 2007년 서울 창작가요제 한국가요작가협회장상 수상 후 숭실대 실용음악과에 입학했다. 대학 시절 유명 가수인 김연우·정엽·앨리·곽은주 등 여러 교수로부터 교육을 받고 졸업 후에도 실용음악학원과 초·중·고교에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8년간 보컬 강사로 활동했다.
여기에 △2012년 밴드 미니멀의 EP 앨범 5곡 △여의도 사람들 2집 '마실'의 코러스 세션 △최근에는 작곡가 이정우의 싱글앨범 중 '누군가의 바다'와 '언제나 나만의 너이길' 메인보컬로 참여하는 등 음원도 발매했다. 특히 밴드 'With US(위드 어스)'의 리더로서 보컬과 작곡을 맡았고 아이돌 B.I.T의 타이틀곡인 스페셜 러브(Special Love)를 작곡·작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김없이 시련은 찾아왔다. 대중음악 관련 각종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이 막을 내리고 폭발적인 인기 없이는 생계를 유지하기도 어려워져서다. 그때부터 음악 외에 다른 분야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 그는 "다른 직업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가슴이 정말 먹먹했다"며 "예전처럼 대중음악 시장이 달라질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기는 했지만 금전적으로 힘든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당시를 상황을 털어놨다.
그러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파업으로 대체인력을 구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2개월간 단기로 일을 하게 됐다. 전철의 출입문을 여닫으며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업무를 맡은 것. 그러던 어느날 여느 때처럼 근무를 하던 도중 갑자기 "사람이 쓰러졌어요"라는 비상 무전이 왔다. 그는 발빠르게 관제센터에 관련 무전을 했고 다음 역에서 역무원에게 환자를 인계했다. 바로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었던 그 환자는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없었다. 이 소식을 접한 이 소방교는 생전 느껴본 적 없는 뿌듯한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2개월 간의 단기 근무가 종료되고 취업의 길을 탐색하기 시작했는데도 계속 그때 일이 떠올랐다"며 "과거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굉장히 뿌듯했던 그때 그 행복감과 함께 '국민들에게 존경받고 남을 도울 수 있는 직업은 소방관'이라고 깨닫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부터는 탄탄대로였다.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그는 1년만에 소방관이 됐고, 2020년 서울 중부소방서 현장대응단으로 발령을 받았다.
그는 과거 군대에서 운전 조교로 근무했던 경험을 토대로 물탱크부터 펌프차·지휘차·조연차·구조공작차·경형사다리차·구급차 등 다양한 차량을 관리하는 운전원으로 현장 진압대원들을 보조했다. 또 진압대원들이 강한 화재로 진압에 어려움을 겪을 때 운전원들이 사다리차에 올라가 방수포로 화재를 진압을 도왔다. 방수포는 건물 외부로 확산되는 화재를 막기 위해 외벽에 강한 물을 방수하는 장비다. 운전원은 운전 외에도 소방용수 공급, 소방차량을 통한 화재진압·수색 지원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현재는 과거 경력을 살려 서울소방재난본부 예방과 홍보기획팀에서 뉴미디어와 영상기획 업무를 맡고 있다. 주로 시민들에게 화재 등 재난을 예방‧대비할 수 있는 홍보영상이나 카드뉴스, 포스터 등을 제작하고 있다. 그는 서울안전한마당 행사 배경음악(OST)인 '떠나요 안전한마당'을 작사·작곡했고 지난해에는 음악했던 동료들과 함께 앨범 녹음에 참여했다.
이 소방교는 "아직 근무한 기간이 길지는 않아 경험하고 배워야 할 것이 많다"면서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소방공무원으로서 많은 시민들이 인정해 줄 때 가슴이 뜨거워지며 내가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란 것을 몸소 깨닫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음악을 놓지 않고 계속하면서 소방공무원으로서도 늘 지금처럼 시민들에게 도움을 드리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