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개미'로 유명한 교수도…"대주주 기준 10억, 장투 금지정책"

세종=정현수 기자
2025.08.05 14:00

[인터뷰]김봉수 카이스트 명예교수

김봉수 카이스트 명예교수

'카이스트의 현인'으로 불리며 슈퍼 개미로 명성을 날린 김봉수 카이스트 명예교수가 상장주식 대주주 기준을 담은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두고 "장기투자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장기투자 금지정책이나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세제 개편안은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준 기준을 기존 종목당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법상 대주주만 상장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낸다.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바꾸면 그만큼 과세 대상자가 늘어난다.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주식 시장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대주주 기준이 바뀌면 연말에 매도 물량이 늘어나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수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김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상장주식 대주주 기준, 무엇이 문제인가.

▶오래된 문제다. 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있는 제도다. 세금은 세수를 얻으려는 목적이 있지만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대주주 기준은 주식 장기투자를 못 하게 하는 정책이다. 특정 시점에 주식을 다 팔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장기투자 금지정책이나 마찬가지다. 세계적으로 장기투자를 우대하는 나라가 많은데 장기투자를 거의 금지하다시피 하는 나라는 처음 봤다.

-장기투자가 어려워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경제 행위는 이익을 얻기 위함이다. 연말에 대주주 기준을 회피하기 위해 주식을 매도하지 않으면 징벌적 세금을 내야 한다. 합리적인 사람은 매도할 수밖에 없다. 특히 중·소형주의 경우 거래량이 적기 때문에 연말에 매도가 쉽지 않아 9월부터 팔아야 한다. 1월부터 8월까지만 투자하고 팔아야 하는 세상에 이런 제도가 어디 있나.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세금을 내야 하니까 강제로 팔게 하는 제도다.

-주식 세제를 부동산 세제와 비교하는 시각도 많은 것 같다.

▶한국의 아파트는 세계에서 제일 비싸다. 한국의 주식은 세계에서 제일 싸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나. 정책의 영향이라고 본다. 주택의 경우 1주택자는 12억원까지 면세다. 장기보유 혜택도 있다. 주식에는 그런 혜택이 없다. 결과적으로 부동산은 계속 비싸지고 주식은 최근 20년간 그 자리에 머물렀다. 주가를 억누르는 정책을 쓰니까 한국의 주식이 세계에서 가장 싼 자산으로 남았다.

-주식시장이 저평가된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한국의 주식이 싼 이유가 3개였다. 중요한 순서대로 대주주 기준, 상법, 배당소득을 분리과세하지 않는 것 등이었다. 대주주 조건이 50억원으로 바뀌면서 마음 편하게 장기투자를 하고 있었는데, 생각하지도 못하게 다시 10억원으로 바뀐다고 한다. 대주주 기준과 주가의 상관관계가 뻔히 보이는데 거꾸로 가고 있다. 이렇게 하면 코스피 5000은 불가능하다.

-정부는 연말 대주주 회피 효과가 크지 않다고 설명한다.

▶저만 하더라도 12월28일에 파는 게 아니라 9월1일부터 판다. 거래량이 적어 연말에는 팔 수가 없다. 그러니까 9월1일부터 팔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걸 아는 일반 투자자들은 8월부터 팔기 시작한다. 대주주 기준과 주가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면 지금까지 전체 주가는 왜 많이 오르지 않았나. 왜 유독 한국 주가만 엉망인가. 그렇다면 한국에만 있는 제도를 봐야 하지 않겠나. 대주주 기준이 가장 강력한 후보다.

-또 다른 문제는.

▶주주의 경우 일반 소액 투자자와 10억~50억원의 중간 자본가, 그리고 최대주주가 있다. '부자감세'를 되돌린다고 하는데 사실 이 제도의 가장 큰 수혜자는 최대주주다. 연말 기준으로 의결권을 보유하게 되는데 사람들이 주식을 팔면 경영권의 위협을 전혀 받지 않게 된다. 최대주주는 주식을 매도하지 않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도 않는다. 반면 주가가 내려갈테니 가장 큰 피해자는 개미들이다.

-장기투자가 중요한 이유는.

▶한국경제의 발전을 위해선 주식의 장기투자를 우대해야 한다. 그래야만 주식이 시민들의 노후를 보장해줄 수 있다.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선 코스피가 장기적으로 우상향해야 한다. 단타가 아닌 장기적인 주식투자 문화가 형성돼야만 가능한 일이다.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건 장기투자에 역행하는 정책이다. 장기투자에 인센티브를 줘야 하는데 페널티를 주려고 하고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