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장관 "3500억달러 대미펀드 불리하지 않아…협상 밀당하는 과정"

세종=김사무엘 기자, 세종=조규희 기자
2025.09.17 09:06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500억달러(483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에 대해 "미국이 다 가져가는 불평등한 구조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국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조직 개편에 대해선 "아쉬운 마음이 크다"면서도 "형제 부처처럼 잘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지난 16일 세종시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미 관세 후속협상과 정부 조직 개편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7월30일 큰 틀의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된 이후 후속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에 대해 김 장관은 "서로 밀고 당기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상황도 조금씩 계속 바뀌고 있고 너무 많은 것들이 유동적인 상황이어서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인도나 중국 등은 협상이 잘 안되면 관세가 올라가기도 하는데 우리는 높았던 관세가 내려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측의 무리한 요구로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에 은 "제가 평소에 말은 조용히 하지만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협상할 때) 책상도 치고 서로 목소리가 올라가기도 한다"며 "우리가 볼 때 미국의 제안이 불합리하고 불공정할 수 있지만 우리의 제안도 미국이 볼 때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쓴 '거래의 기술' 책을 세 번 봤다"며 "책에는 '네가 10을 얻고 싶으면 100을 요구하라'는 대목이 있다. 그런 과정들이 이번 협상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관세협상에 따라 우리나라 상품에 대한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관세는 25%에서 15%로 낮아졌다. 대신 우리나라는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펀드를 조성하고 10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수입하기로 했다.

대미 투자펀드가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지적에 "미국이 다 가져가는, 부등한 걸로 생각하는데 그런 구조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마스가(미국의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1500억달러처럼 미국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며 "일본도 5500억달러 펀드를 미국이 다 가져가는 구조였다면 딜(거래)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일본이 미국과 합의한 배경에는 MOU(양해각서)가 있다"며 "구속력 없는 계약 하에서 일본이 추구하는 국익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의 딜을 자세히 보면 일본측에 불리하거나 국내법에 맞지 않으면 깰 수 있게 돼 있다"며 "5500억달러가 한 번에 나가는 것도 아니고 구체적인 프로젝트 과정에서 일본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무리한 요구에 김 장관은 "자동차 관세를 15%에서 25%로 올려봐야 3500억달러에 비하면 얼마 되지도 않는데 차라리 그 돈으로 국내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다가오는 세대에 세계 속의 대한민국, 안전과 안보 걱정이 없는 대한민국을 물려주기 위해선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구금 사태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카드였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러트닉 상무 장관에게 '이게 말이 되느냐'고 항의했고 그쪽에서도 유감을 표했다"며 "이번 사태가 미국 정부 내에서도 굉장히 곤혹스러운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에서 에너지 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만드는 조직 개편에 대해 김 장관은 "아쉬운 마음이 가장 큰 사람이 저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안타깝기도 하고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정부 정책에 의한 결정이라 수용해야 한다"며 "산업과 에너지가 유기적으로 가야 한다는 정신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산업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형제처럼 지내야 한다고 했는데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새 부처에서) 에너지가 환경을 이끌어 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명시된 신규 원전 2기 건설은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는 김성환 장관의 언급에 대해 김 장관은 "공론의 장을 거치더라도 신규 원전 건설은 해야 한다"며 "에너지의 적절한 믹스에도 원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간 불공정한 지적재산권 문제에 대해서는 절차상 문제가 없는지 조사중이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기술료를) 한 10억달러(1조4000억원) 주더라도 수주액이 24조원 정도 되면 해 볼만하다는 생각도 할 수 있다"며 "서로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뭐가 맞는지는 좀 더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