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중앙부처 1급 공무원들이 줄줄이 사표를 제출했지만, 후속 인사는 감감무소식이다. 고위 정책 실무를 책임지는 자리들이 사실상 공석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이어지면서 공직사회에 업무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를 시작으로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 등의 1급 공무원들이 사표를 제출했다. 고위공무원 가급을 의미하는 1급은 정무직인 장·차관을 제외하고 최고위직인 실장급 공무원이다.
사표를 제출한 이들은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아 기존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기재부와 금융위 1급 공무원들은 일괄 사표를 낸 지 2~3주 정도 지났는데도 사표 수리나 후임 인사 등의 조치가 이뤄지고 있지 않아 '어색한 동거'가 불가피하다.
후속 인사가 지연되는 이유는 다음달로 예정된 국정감사 영향으로 풀이된다. 인사 검증 대상인 1급 공무원들에 대한 청문·검증 절차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문제는 이재명 정부 초기에 설계해야 할 정책에 공백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사표를 제출한 1급 공무원들은 현재 경제정책, 금융정책, 부동산정책 등을 담당하고 있다. 실제 집값 급등, 통상 현안 등에 대한 생산적 정책 마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최대 현안인 통상문제만 하더라도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1급 공무원들이 적잖다. 기재부 1급 공무원들이 주로 갔던 IMF(국제통화기금) 상임이사 역시 한 달 이상 공석 상태다. IMF 상임이사는 호주와 한국이 번갈아 가며 맡고 있다.
게다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불거진 위기 상황에서도 1급 공무원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불필요한 '인사 리스크'에 노출된 상황이다.
과거에도 정권 교체기에 인적 쇄신 차원에서 1급 공무원의 일괄 사표를 받은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일괄 사표를 받고 후임자의 윤곽이 바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정부가 사실상의 인사 공백과 정책 공백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1급 사표 이후 후속 인사로 공직사회의 활력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 분위기는 정반대"라며 "온갖 '설'만 나오다보니 오히려 관가가 뒤숭숭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