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윤석열정부 시절 추진했던 14개 신규댐 건설계획을 1년여 만에 뒤집었다. 기후대응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과학적 근거가 빈약했고 대안검토조차 부실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수조 원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을 졸속 추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30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발표한 기후대응댐 14곳은 극한 홍수·가뭄에 대비한다는 목적에서 추진됐다. 당시 환경부는 과거 가뭄자료를 분석해 연간 생활·공업용수 부족량을 7억4000만톤으로 추산했다.
물 부족량의 82%는 기존 수자원 활용, 해수담수화, 지하수저류댐 등으로 해결하고 나머지 18%는 신규댐으로 메우는 방안이었다. 14개 댐 건설로 3억2000만톤의 물을 확보하고 연간 2억5000만톤을 공급해 220만명이 사용할 수 있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일부 후보지에서 주민의 반발이 거세지자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됐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환경부는 사업전반을 다시 살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후보지 10곳을 직접 찾아가 지자체·주민·환경단체의 의견을 들었다.
검토결과 14곳 중 7곳은 기후대응 기능이 미약하거나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해 취소하기로 했다. 이미 보류결정이 난 곳을 포함, △수입천댐(양구) △단양천댐(단양) △옥천댐(순천) △동복천댐(화순) △산기천댐(삼척) △운문천댐(청도) △용두천댐(예천) 등이 대상이다.
김 장관은 "기후대응댐이 홍수·가뭄 조절용이라고 하기엔 너무 미흡했다"며 "소양강댐 저수량이 29억톤인데 14개 신규댐의 총저수량은 다 합해도 3억2000만톤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절차적 부실도 적지 않았다. 환경부 댐 사업은 수자원공사가 추진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농어촌공사 등 다른 댐 관리주체와 협의조차 없었다. 인근 양수발전댐이나 농업용 저수지와 연계가 가능했는데도 무리하게 신규건설을 추진했다는 지적이다.
14개 댐 건설사업비는 약 4조2000억원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 거대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타당성 검토를 소홀히 했다. 손옥주 환경부 물관리정책실장은 "신규댐 결정 과정에서 충분한 조사나 검토가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감사원 감사 등 절차를 통해 과정에 문제점이 없었는지 돌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나머지 7개 댐에 대해 기본구상과 공론화 등을 거쳐 추진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공론화 결과에 따라 취소 댐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기후대응댐의 명분이 사라졌다며 14개 댐의 전면취소를 요구한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주민의 반대가 지속되고 필요성이 입증되지 않은 사업들이 대안검토와 공론화 명목으로 계속 남아있는데 강력히 규탄한다"며 "14개 신규댐 모두 백지화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