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압수수색 파장…농식품부 '지도·감독 부재' 사태 키웠다

세종=이수현 기자
2025.10.19 12:00
[서울=뉴시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14일 충남 당진시 송악읍에서 열린 '농협우리사료 공장 준공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농협중앙회 제공) 2025.07.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류현주

경찰이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금품 비리 의혹에 대해 강제수사에 착수하면서 농협중앙회를 관리·감독할 권한을 가진 농림축산식품부의 역할이 도마에 올랐다. 농협중앙회 비리가 반복되는 동안 관리·감독 기능을 가진 농식품부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수사대는 지난 15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장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강 회장이 농협중앙회장 선거철이던 지난해 1월 전후 농협중앙회 계열사와 거래 관계에 있는 용역업체 관계자로부터 5000만원씩 2회에 걸쳐 1억원이 넘는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당시 선거캠프에서 좌장 역할을 하며 강 후보에게 금품을 전달한 전 농협중앙회 고위간부에 대한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은 작년 1월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당선돼 같은 해 3월 임기를 시작했다. 1987년 농협에 입사해 5선 조합장과 농협중앙회 이사 등을 지낸 인물이다.

농협중앙회장은 4년 단임의 비상임 명예직이지만 권한이 막강하다. 전국 1000곳 이상의 단위조합과 중앙·지역본부를 이끌 뿐만 아니라 전무이사와 각 사업부문 대표이사에 대한 인사추천권을 갖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상 재산 등록 의무가 있는 공직자로도 분류된다.

문제는 반복되는 비리에도 불구하고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연임제 시절 농협중앙회장 중 다수가 횡령·뇌물 등의 비리로 법적 처벌을 받아 2009년부터 단임제가 도입됐으나 잡음은 여전하다.

지난 7월엔 지준섭 농협중앙회 부회장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지 부회장은 서영그룹이 농협에서 30억~40억원대 불법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당시 관련 자료를 확보한 뒤 지 부회장과 관련 직원들을 소환 조사했다.

주변에서는 농협중앙회에 대한 포괄적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농식품부가 제 역할을 않고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직 회장·부회장이 잇따라 비리에 연루돼 압수수색을 받았는데 감독 권한이 있는 농식품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협협동조합법에 따르면 농식품부 장관은 농협 조합 등과 중앙회를 감독하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감독상 필요한 명령과 조치를 할 수 있다.

관리·감독 부실이 농협의 금권선거를 끊이지 않게 하는 근본 원인으로 지적된다. 현자에서는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물론 조합장 선거까지 사실상 '돈 선거' 양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가 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강 회장의 금품수수 의혹을 계기로 농협 조직의 도덕적 해이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총 19건의 부당 자금 거래 관련 비위 행위가 적발됐다. 이달 24일 예정돼 있는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서도 강 회장의 비리 의혹을 비롯해 집중적인 질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식품부 한 관계자는 "강 회장의 금품 수수 의혹은 농협 고유의 업무라기보다는 개인적인 비위에 가깝고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별도로 조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향후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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