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살리려다 독 된다?…"일본·중국을 봐" 잘못하면 빚더미 경고

김주현 기자
2025.10.26 12:00

한은 연구진, 일본·중국 건설투자 부진 사례 분석

한국은행 전경

한국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건설투자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가계·정부부채가 쌓여 경기 회복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과 중국의 사례를 볼 때 경기부양책으로의 건설투자 확대가 결국 장기부진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일본과 중국의 건설투자 장기부진의 경험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설투자는 지난 2분기까지 5분기 연속 역성장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2021년부터 4년 연속 감소세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은 조사국 김보희 차장과 이준호 과장 등 연구진은 "일본은 1990년대 초반 버블 붕괴 이후 정부가 공공투자를 확대해 건설경기를 살리려 했지만 장기침체를 피할 수 없었다"며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과잉투자를 지속한 결과 2021년부터 극심한 건설경기 침체에 빠져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경기 살리려 도로·신칸센·공항 건설 늘린 일본

일본의 실패는 비효율적 투자 배분에서 비롯됐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내수 확대를 위해 고속도로, 신칸센, 항만·공항 등 대규모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확대했다. 일본은행은 금리를 5.0%에서 2.5%까지 낮추면서 자산가격은 폭등했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건설투자 비중은 1990년 19.5%까지 올랐다.

버블 붕괴 직후에도 정부의 공공투자 확대로 건설투자는 수년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일본 정부는 경기침체에 대응해 1990년대 후반까지 10여차례에 걸쳐 경기부양 패키지를 발표했는데, 대부분이 도로·철도·항만·댐 등 건설투자였다.

하지만 건설투자 중심의 경기부양책은 경기회복 효과가 미미했다. 오히려 재정상황을 악화시키고 경제체질 개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비효율적 공공투자 배분 △지방경제의 건설업 의존 심화 △가계부채 누증에 따른 가계소비 장기부진 △재정상황 악화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지방에 지지 기반을 둔 일본 자민당의 정치적 고려가 작용하면서 수요 분석이 미진한 건설 사업들이 빈번했다는 지적이다.

IMF 분석에 따르면 일본의 재정승수는 1975~1989년 0.8에서 버블 붕괴 이후 0.6으로 낮아졌다. 공공자본의 한계생산성도 버블 이전을 100으로 봤을 때 버블 기간 중 85, 버블 붕괴 후 65로 급락했다.

가계부채 문제도 심각했다. 버블 붕괴 직후 일본 정부는 주택건설을 살리기 위해 세액공제와 저리 대출 등으로 주택구매를 유도했고, 가계부채는 급증했다. 하지만 주택가격 하락이 2010년까지 이어지면서 가계는 부채상환에 시달렸고 가계소비는 둔화됐다.

/사진제공=한국은행
민간 부동산시장 부양한 중국…장기부진 진행 중

중국은 건설투자 장기부진이 아직 진행 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경기 부양 수단으로 건설투자가 활용됐다. 2014~2015년 중국 정부는 다주택 구입 장려와 대출금리 인하, 선납금 비율 인하 등 전면적인 민간 부동산시장 부양조치를 시행했다.

이에 주택가격 상승세는 3선도시까지 확산됐고 주택투자는 3선도시를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 GDP 대비 건설투자는 2016년 33%로 정점을 기록했다. 2020년에도 31%로 높은 수준을 지속 중이다.

2020년 이후 부동산시장 과열과 과잉 건설투자 우려가 높자 중국 정부는 부동산대출 규제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주도했다. 정부가 민간 디레버리징을 시작하면서 중국 부동산개발기업 2위였던 헝다그룹은 채무불이행에 빠지는 등 투자심리는 위축됐다.

규제에 따른 침체가 과도해지자 정부는 2022년 이후 수요·공급 대책을 잇따라 발표했지만 부진은 지속됐다. 지방정부 인프라 투자는 이어졌지만 3선도시에 투자가 집중되는 등 비효율성이 지속됐다는 평가다. 정부부채 비율은 2010년 33%에서 2023년 82%로 급증했다.

연구진은 "일본과 중국의 사례는 경기부양을 위해 건설투자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우 결국 가계 또는 정부부채 누증을 통해 경기회복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고, 건설투자의 장기부진도 불가피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가 어느 정도 성숙하고 인구고령화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낮아질 때는 지속가능한 성장에 토대가 될 수 있는 건설투자를 확대해 나가되, 경기부양 목적의 건설투자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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