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역대 두 번째로 큰 흑자를 기록했다. 같은 달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치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IT(정보기술) 수출 호조와 함께 선박·자동차 등 비IT 품목 수출도 늘어난 영향이다.
올해 경상수지는 당초 한국은행의 전망치인 1100억달러 흑자를 웃돌 가능성이 커졌다. 연간으로도 역대 최대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5년 9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9월 경상수지는 134억7000만달러 흑자로, 29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상품수지는 142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017년 9월(145억2000만달러)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한 672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22.1%)가 수출 증가를 견인했고, 승용차(+14%), 정밀기기(+10.3%) 등 비IT 품목도 고르게 호조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미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수출이 늘었다. 동남아(+21.9%)를 중심으로 EU(+19.3%)와 일본(+3.2%)도 증가세로 전환했다. 반면 미국 지역 수출은 1.4% 감소했다.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4.5% 증가했다. 국제유가가 하락했지만 내수 회복과 조업일수 증가로 자본재·소비재 수입이 늘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올해 1~9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도 사상 최대치"라며 "가장 큰 요인은 반도체가 슈퍼사이클에 접어들며 수출 호황을 보인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도 대미 수출이 줄긴했지만 유럽이나 기타 지역으로 다변화가 이뤄지면서 선방했다"며 "그동안 누적된 대외순자산 영향으로 본원소득수지가 최대 흑자를 기록한 영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관세 정책 영향을 받으면서도 역대 2번째로 큰 경상수지 흑자를 이룬 주역은 반도체다. 한은은 반도체 수출 호조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도 1100억달러(8월 전망)를 상회할 것으로 봤다.
올해 1~9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827억7000만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672억3000만달러) 대비 큰폭 확대됐다. 남은 10~12월 석달 동안 273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면 전망치를 달성한다.
10월 경상수지는 9월보다 흑자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추석연휴로 조업일수가 줄어든 탓이다. 다만 일시적인 요인이 사라지면서 11월과 12월에는 다시 양호한 흑자 흐름이 회복될 전망이다.
신 국장은 "오는 27일 경제전망에서는 반도체 호조세가 예상보다 강한 점과 불확실했던 한미 관세협상·미중 관세협상의 우려가 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부 해소된 점이 반영될 것"이라며 "11·12월엔 양호한 흑자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도 장기적으론 경상수지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신 국장은 "구체적으로 어떤 돈이 어느 부분에 투자될지는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라면서도 "조선협력펀드는 경상수지에 직접적인 영향이 당장 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간 200억달러 한도로 나가는 대미투자금은 재원에 따라 나갈 때 금융계정 부문의 외화자산과 부채 항목들이 변동될 수 있다"며 "경상수지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투자금으로 해외 공장을 짓거나 국내에서 인력·원부자재 이동이 이뤄지면 상품수지 수출에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이 본단계에 들어서면서 국내로 이익이 들어온다면 본원소득의 투자소득수지로 잡혀 경상수지를 늘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전체적으로 볼땐 경상수지에 긍정적 요인이지만, 국내 투자 여력 위축이나 국내 기업의 해외 이전 등 우려점도 있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이 우리나라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