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로 오르며 탄핵 정국 당시 환율 수준에 근접했다.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 확산과 국채금리 급등 등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심리가 커진 영향이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2원 오른 1467.7원을 기록했다. 주간거래 종가 기준으로 지난 4월 9일(1484.1원) 이후 최고치다. 장중 한때 1475.4원까지 올랐다. 전고점(1487.6원)보다 불과 12원 낮은 수준이다.
원화 약세 흐름은 뚜렷하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REER)은 90.14로, 기준점 100을 밑돌고 있다. 지난 7월 이후 하락세다. 실질실효환율은 자국 통화가 주요 교역상대국 대비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갖고 있는지 나타낸 환율이다. 실질실효환율이 100보다 낮다는 건 현재 원화 가치가 저평가돼있다는 의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9.56을 기록 중이다. 지난 4월(103~104 수준)보다 낮다. 최근 원/달러 환율과 달러인덱스간 괴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 달러 강세에 비해 원화 약세가 더 크다는 의미다.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확대와 연 2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우려 등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채 금리 급등도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공개된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공식 입장은 통화완화 사이클을 유지하는 것"이라면서도 "금리 인하의 규모와 시기, 혹은 방향 전환 여부는 새로운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이 총재의 발언은 '한은이 금리인하 사이클을 끝낼 수 있다'는 매파적 신호로 해석됐다. 전날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3.3%까지 오른 뒤 3.282%로 마감하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3년물도 2.923%로 마감하며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서울 중심의 아파트가격 급등세와 더불어 국내 경기 회복 기대감이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며 "한은 총재도 공식적으로 기조 전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내 국채금리 발작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 약화는 국채 선물을 중심으로 외국인 매도세를 확대시켰고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며 "외국인 국채선물 매도가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환율 상승이 다시 외국인 국채 선물매도를 유발하는 악순환 현상도 일부 현실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환시장 변동성을 관리해야하는 외환당국 입장에선 실개입 여부와 시기가 모두 부담이다. 엔화 약세와 달러 수요가 겹친 상황에서 개입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13일 환율이 1430원을 넘어서자 당국은 1년6개월 만에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구두개입 당일과 다음날까지 환율은 오히려 이틀 연속 상승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수급이 쏠려 환율이 레벨을 높인 이상 다음 상단은 계엄 당시 진입했던 전고점 1480원"이라며 "상단에 근접할수록 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달러인덱스가 추가 상승하지 않는다면 1500원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1480원대에서는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나 당국의 미세조정도 나올 가능성이 있어 급격한 환율의 추가 상승은 제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