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아직 유효하다"는 공정위원장…금산분리 완화 어떻게?

세종=박광범, 세종=최민경 기자
2025.11.20 16:01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가보훈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수십조원을 벌지만, 투자금도 천문학적이다. 자금 조달 숨통을 트기 위해 금산분리 완화 논의가 필요하다." -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유튜브 '삼프로TV'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금산분리 원칙이 갖는 위험 전이현상·독과점 폐해 방지는 아직도 유효하다."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국회 국정감사

대통령실과 정부 모두 AI(인공지능)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 한해 금산분리 규제를 일부 완화할 수 있다는 데는 공감한다. 그러나 수위와 속도, 적용 방식에서는 분명한 온도차가 드러난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금산분리 완화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뒤 공정위 수장이 "우리나라 대기업은 투자회사 설립이 아니라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조율이 어긋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산분리 완화 논의는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자리에서 AI 등 첨단산업 분야에 한해 금산분리 완화를 시사했다.

이후 재계의 금산분리 완화 요구가 본격화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최근 정부에 제출한 '생산적 금융 활성화' 건의서에서 지주회사 CVC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전날 국민의힘과의 정책간담회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조 단위 달러를 투자하는 것은 단독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펀드를 구성하고 외부 자금을 조달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다 바뀌고 있다"며 "우리도 이같은 자금 조달이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논의를 시작했다. 공정위를 중심으로 관계부처가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관계부처가 협의 중이며 정해진 건 없다"며 "여러 안을 놓고 다각적으로 논의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 위원장의 신중론이 강해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재계 요구의 타당성을 주 위원장이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공정위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주 위원장이 공정위원장으로서 금산분리 완화에 따른 부작용 우려가 큰 것으로 안다"며 "일각에선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지주회사 체제인 SK가 사실상 유일하게 수혜를 보는 것 아니냐는 외부 비판도 정부 내부에서 신경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이날 제2차 기업성장포럼에서 "저희는 금산분리를 원하는 게 아니었다"며 "(대규모 AI) 투자를 감당할 새로운 제도를 마련해달라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정부의 온도차는 이전부터 감지됐다. 김 실장은 지난달 유튜브 삼프로TV에서 "산업자본이 GP(운용사)가 될 수 없는 건 시대착오적"이라며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주 위원장은 국감에서 "대통령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첨단산업 투자를 촉진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강조하면서도, 기업의 GP 역할 허용에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다만 AI·반도체 중심의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하는 만큼, 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선 일정 수준의 금산분리 완화가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힘을 얻는다. 이에 따라 정부가 금산분리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특정 분야에 한해 특례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처럼 별도 특별법을 마련해 제한적 예외를 두는 방식이다.

CVC 규제도 손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외부자금 조달 한도를 40%에서 50%로, 해외투자 한도를 20%에서 30%로 상향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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