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뱅크런' 대비…한은, '대출 채권' 담보로 긴급여신 지원

김주현 기자
2025.12.14 12:09
한국은행 전경

한국은행이 은행권이 갖고 있는 대출채권을 담보로 활용하는 긴급여신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시장성증권뿐 아니라 대출 채권까지 유동성 지원을 위한 담보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금융기관의 보유 대출채권을 담보로 활용한 긴급 여신 지원체계를 구축해 다음달 2일부터 시행한다고 14일 밝혔다. 2023년 7월 상시대출제도(자금조정대출)의 적격 시장성증권의 범위를 확대한 데 이어 이번에는 대출채권을 담보로 추가했다.

'디지털 뱅크런' 등 급격한 유동성 리스크 발생에 대비해 안전판을 강화하는 취지에서다. 실제 2023년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에서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한 불안심리 확산으로 이틀 만에 예금의 85%가 인출됐다. SVB 영국법인에서도 하루 만에 30%의 예금이 이탈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현행 한은법에서는 시장성증권을 담보로 한 상시대출제도(자금조정대출)를 지원한다. 여기에 금통위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해 금융기관에 대한 긴급여신의 적격 담보로 대출채권이 활용된다. 은행의 총 자산 가운데 대출채권 비중은 69.8%다.

한은이 대출채권을 담보로 활용하는 건 처음이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나 ECB(유럽중앙은행), 영란은행, 일본은행 등 주요국에서는 이미 대출채권을 담보로 활용하고 있다. 한은은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채권을 담보로 하는 긴급여신에 관한 규정'을 제정해 제도 기본원칙을 마련한다.

김범서 한은 통화정책국 여신담보기획팀장은 "은행 자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대출 채권"이라며 "양질의 대출 채권에 대해서 중앙은행이 담보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높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차적으로는 시장성증권을 담보로 유동성을 공급하겠지만 유사시엔 금통위 의결을 통해 대출채권으로도 유동성을 지원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시장성증권만으로 유동성 위기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만약을 대비한 안전망 확충의 의미"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올해 말까지 금융기관과의 IT시스템 테스트 등의 사전 준비를 거쳐 내년 1월부터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향후 대출채권 관리방안의 정교화와 모의훈련을 지속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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