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예산 분담을 둘러싼 중앙·지방정부 간 갈등이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다. 사업 시행을 앞두고 잡음이 이어지자 정부가 추가 공모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다. 정부의 막바지 압박에 사업비 분담 관련 입장을 선회하는 광역지자체가 잇따르고 있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 10곳 가운데 9곳이 전체 사업비 중 광역지자체 분담 비율 30%를 수용한 상태다. 경남도를 제외한 나머지 광역지자체가 분담 30% 비율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인구감소지역 중 선정된 10개 군에 1년 이상 거주한 주민에게 월 15만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인 이 사업은 광역지자체들이 사업비 분담 비율에 반발하면서 시작 단계부터 차질을 빚었다.
갈등은 국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도비 30% 미부담 시 국비 배정 보류 검토'라는 부대의견이 제시되면서 시작됐다. 선정된 지역 10곳 중 경기도를 제외한 9곳이 도비 30% 분담 비율에 난색을 표했다. 충남(10%), 강원(12%), 전남·전북·경남·경북·충북(18%) 등은 재정 상황을 이유로 30%보다 낮은 기준을 제시했다.
잡음이 이어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농식품부 업무보고에서 "도비 30% 부담 못 하겠다는 곳 빼고 그만큼 추가 공모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각 도에 증액할 기회는 주되 국회의 부대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다"며 "(추가 신청은) 넘칠 테니 신속하고 늦지 않게 진행하라"고 당부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업무보고 사후브리핑에서 "(재공모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라며 "절반 이상의 도는 협조 의사를 밝혔고 나머지 도도 협조를 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막바지 설득에 나서고 나서야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궤도에 오르는 분위기다. 지자체들은 정부 압박에 한 발 물러서며 잇따라 도비 분담 비율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반대해 온 김태흠 충남지사도 도비 30% 부담을 결정하며 입장을 뒤집었다.
다만 분담금이 늘어나면서 광역지자체의 재정 부담은 불가피하게 됐다. 기존 129억원을 분담해야 했던 전남은 366억원을 마련하게 됐다. 충북은 156억원에서 260억원, 전북은 87억원에서 256억원으로 분담금이 늘어난다.
경남은 124억원에서 207억원, 강원은 70억원에서 176억원, 충남은 54억원에서 162억원, 경북은 50억원에서 83억원으로 재정 부담이 커진다. 올해 예산을 확정한 광역지자체들은 내년 추경에 예산을 추가로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사업이 차질없이 시행되도록 막바지 설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시범사업은 내년 1월 중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등을 거친 뒤 이르면 내년 2월부터 시행, 3월부터 지급이 시작될 전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본소득의 성과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공동체 회복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지자체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정부도 지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