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신설하겠다고 밝힌 '전략수출금융기금'의 밑그림이 공개됐다. 정부 출연과 보증에 정책금융기관 출연을 더해 재원을 마련한다. 여기에 정책 지원으로 수혜를 본 기업들이 얻은 이익 일부를 기여금으로 받아 재원으로 활용한다.
전략수출금융기금은 크게 대출과 보증 등 '수출 금융'과 지분투자 등 '산업 생태계 발전'에 쓰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상반기 중 특별법을 제정한다.
재경부는 9일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전략수출금융기금을 신설해 방산과 원전 등 국가 간 수주 경쟁이 심화되는 분야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략수출금융기금은 민간이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대규모 전략 사업에 정부가 마중물 자본을 투입하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 일부를 국민과 공유하는 모델이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 추진하기 어려운 대규모 해외 수출·수주사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이를 통해 기업들이 얻은 이익 중 일부를 다시 기금 재원으로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재원은 정부 출연과 보증에 정책금융기관 출연, 수혜 기업의 기여금(부담금관리 기본법상 기본금), 정부납부기술료(수출연계 기술료 등) 등으로 조성한다.
이를 통해 마련한 재원은 레버리지(자펀드)를 통해 대출과 보증 등 '수출 금융' 및 중소·중견기업 지분투자 등 '생태계 발전'에 쓰인다.
수출 금융의 경우 기존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지원이 곤란한 대규모, 장기·저신용 프로젝트 지원에 집중한다. 수은 등 기존 기관들은 리스크 관리 탓에 공격적인 해외 수주 지원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AI, 현대로템 등은 2022년 17조 원 규모의 폴란드 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나, 2차 계약을 앞두고 수은의 대출 한도 소진으로 난관에 봉착했다. 수은법 개정으로 자본금 한도를 25조 원까지 늘려 급한 불은 껐지만 현재 시스템만으론 글로벌 수주전 대응이 버겁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생태계 발전의 경우 수출 연계성이 높은 R&D(연구개발)에 특화해 기업을 지원한다. 수입대체, 기술경쟁력 확보 또는 수익 창출 가능성이 큰 지식재산권 확보 등을 위해 펀드를 통해 해당 기업이나 대·중·소 합작법인에 지분투자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가칭 '전략경제협력추진단'을 신설한다. 정상외교 지원을 위해 국가별 경제협력 모델을 발굴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전략경제협력 특사 활동과 대규모 전략적 경협 프로젝트 설계와 제안, 시행까지 전주기 지원을 강화한단 계획이다.
아울러 국가별 특화 진출전략도 만든다. △북미·유럽(AI·첨단기술) △북미·유럽·중동(방산·원전) △아프리카·중동·아시아(인프라) △남미·아프리카·오세아니아(핵심광물) 등 국가별 여건을 감안해 해외진출 분야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스타트업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진출을 위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도 상반기 중 출범한다.
또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 가입 가능성을 모색하고 멕시코와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재개 여건도 조성해 나갈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관세협상 후속 조치에 따른 3500억달러 규모 대미투자를 기회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구체적으로 국내 조선업 밀집지역 내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클러스터'를 2030년까지 조성한다. 한미 조선협력센터 구축 등 마스가(MASGA) 프로젝트 참여도 지원한다.
또 SMR(소형모듈원전) 특별법 제정과 클러스터 지정을 통해 한미 원전 기업 간 공급망 협력과 제3국 공동진출도 꾀한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국내생산촉진세제도 도입한다.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불리는 국내생산촉진세제는 기존 투자세액 공제와 별도로 국가전략기술 산업에 대해 생산량에 비례해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국내에서 최종 생산한 제품을 국내에서 판매하는 경우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구체적인 지원 대상과 방식 등은 효과성과 형평성, 재정여건 등을 감안해 오는 7월 발표 예정인 세법개정안에 담을 계획이다.
조만희 재경부 세제실장은 "주요 부품이나 원자재를 수입한 다음 국내에서 조립만 했는데 국내생산촉진세제를 적용해야 할지 문제가 있다"며 "이런 체리피킹(과실만 따먹는 행태)을 방지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