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웰다잉' 수요 빠르게 증가…'실버경제', 산업영역 인식해야"

세종=박광범 기자
2026.02.10 16:02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오후 서울시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연세대학교 인구와 인재 연구원 공동 심포지엄'에서 축사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한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실버 경제'(Silver economy)는 더 이상 복지의 범주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혁신과 기술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중요한 산업 영역으로 인식돼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오후 한은 경제연구원과 연세대학교 인구와 인재 연구원이 '초고령사회 진입과 산업적 대응'을 주제로 연 공동 심포지엄에서 "장기요양, 자산 정리, 장례 계획 등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웰다잉'(Well-dying) 수요 역시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제도·규제의 정비는 말처럼 쉽지 않다"며 "다른 구조개혁과 마찬가지로 법·제도적 제약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며 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승자와 패자가 나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은은 이날 '초고령사회와 생애말기 필수산업의 활성화' 및 '첨단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이 총재는 먼저 "현재 요양 수가는 지역별 부동산 비용 격차가 큰데도 전국에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부동산 비용이 높은 대도시에서는 시설 공급이 제약되고 서비스 질 저하가 나타나는 반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외곽 지역이나 지방으로 시설이 입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양 서비스는 현행과 같이 공적으로 보장하되, 토지·건물 임대료에 해당하는 비용은 이용자가 일부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한다"며 "이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면서도 수요가 높은 지역의 시설 확충과 질 개선을 함께 유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서 논의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화장시설은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인식되면서 시설 확충이 지연돼 왔다. 그 결과 3일장이 5일장으로 길어지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러한 병목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장례 과정의 부담과 비효율은 앞으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대형 병원 장례식장에 소규모·분산형 화장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했다.

그는 "기존 공간을 활용해 소규모로 시설을 분산 설치함으로써 심리적 거부감을 줄이고 '임종·장례·화장'을 한 공간에서 마무리해 유족의 편의를 높임으로써 님비(혐오시설 기피) 현상을 완화하자는 취지"라며 "나아가 대형 병원의 의료 혜택을 누리는 지역사회가 필수적인 장례 시설도 함께 수용함으로써 필수 시설에 대한 지역 수용성을 높이는 동시에 사회적 부담을 보다 합리적으로 분담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오 데이터 활용과 관련해선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데이터는 'AI(인공지능) 시대의 다이아몬드'라 불릴 만큼 큰 잠재 가치를 지니고 있다"며 "공익성이 인정된 연구에 한해 국가가 데이터 활용을 승인하되, 승인된 연구에 대해서는 엄격한 안전장치 아래 절차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바이오 데이터 유통을 활성화하는 새로운 체계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반도체 등 기존 산업의 성과에만 안주하기보다는 규제의 합리화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성장 경로를 발굴해 나가야 'K자형 성장'에 따른 격차를 완화하고 미래 세대에게 충분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오늘 논의된 사례들은 고령화라는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면서 규제와 제도 개선을 통해 산업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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