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감옥'에도 韓경제 떠받치는 기업…규제 완화 등 전폭 지원 필요

세종=김온유 기자
2026.02.18 08:30

[기업이 떠받치는 국가경제]⑩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파운드리 부문의 치열한 경쟁과 중국의 저가 메모리 공세로 위기를 맞고 있는 K-반도체 산업.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요구되는 최첨단 공정 기술과 대규모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 회복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 단지인 평택 캠퍼스의 P4 라인 가동이 임박하면서 공장 건립으로 반도체 수요 회복과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며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하며 다가올 을사년(乙巳年)을 맞고 있다. /사진=평택(경기)=이기범 기자 leekb@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호황으로 한국 경제가 날개를 달면서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로 상향조정하면서 반도체 경기 호황을 이유로 들었다. 기업이 국가 경제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로봇, 원전 등 주력 산업의 호황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도록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규제 철폐, 산업 인프라 구축 등에 더해 기업이 예측 가능한 환경 속에서 경영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단 조언이다.

기업이 떠받치는 韓경제…정부 역할 있었나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 산업은 주요국에서 국가의 명운을 걸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상대적으로 뒷북지원이 이뤄지는 것 같다"며 "정부가 '위너피킹'(winner picking·정부의 선별적 산업 육성)을 할 능력이 부족하다. 유망 산업의 경우 기업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건 정부가 제거해줘야 한다"고 했다. 기업의 편의를 봐주는 것이 아닌 생존의 문제인 만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단 취지에서다.

홍기용 인천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려면 다른 나라에 비해 눈에 띌 정도로 대규모 지원을 해야 한다"며 "한국에만 존재하는 규제와 글로벌 기준과 추세에 어긋난 과세표준, 세율 등이 경영자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측 가능한 기업활동이 가능하도록 오히려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단 지적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이 의사결정할 때 예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계속해서 제도를 바꾸면 기업 활동엔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오히려 규제나 기반 시설, 인재양성 등 기업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에 정부가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꼭 기업을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경제활동을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단 의미"라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정부가 특정 산업을 보호하려고 시장에 개입하니 생산성이 낮아지고 소득이 줄다 보니 또 보호할 곳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규제만 하지 말아달라"…기업의 혁신성장 가로막는 '규제 감옥'

기업을 짓누르는 규제를 풀어야 한단 목소리도 잇따랐다. '규제 감옥'이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막고 혁신성장을 이루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어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규제는 꼭 필요한 것이 아니거나 세계적으로 적용되지 않는 경우, 경기 사이클에 따라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추세에 맞는 제도를 갖추기 위해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인수 교수는 "규제철폐 등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부분에 있어서 정부가 조정을 잘해야 하는데 조정기능이 다소 취약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예컨대 반도체는 주 52시간 규제에 묶여 R&D(연구개발) 투자를 하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라며 "'제발 규제만 하지 말아달라'는 게 대부분 기업의 청원으로 이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기용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 노란봉투법, 상법개정안 등 노동자를 위한 정책의 비중이 상당히 큰데, 앞서나가진 않더라도 뒤처지지 않도록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상속세율도 세계 최고 수준이고 법인세 부담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상위권이다. 나중에 보완하려면 늦기 때문에 하루빨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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