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떠받치는 국가경제] ①
올해 성장률 전망치 1.9%로 선진국 평균(1.8%)을 웃돌아
G7 국가 중에서 한국보다 성장률 전망치 높은 국가는 미국뿐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5월 경제 5단체장 간담회에서 "경제를 살리는 일의 중심은 기업"이라고 했다. 당시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4월 한국의 2025년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0%로 낮췄다. 2026년 전망치 역시 2.1%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발(發) 관세 전쟁의 파장이 본격화되던 시점이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치명적 변수였다. 정치적 공백도 겹쳤다. 대통령 탄핵 이후 권한대행을 맡았던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까지 물러나며 정책 컨트롤타워가 흔들렸다. 시장의 기대는 자연스럽게 기업으로 향했다.
몇 달 뒤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기업 중심의 수출 회복과 반도체 업황 반등이 성장률 전망을 끌어올렸다. 18일 IMF가 발표한 '2026년 1월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1.9%다. 선진국 평균(1.8%)을 웃도는 수치다. 지난해 한국의 성장률이 1.0%로 선진국 평균(1.7%)을 크게 밑돌았던 것과 대비된다.
IMF가 분류한 41개 선진국 가운데 주요 7개국(G7) 중 한국보다 성장률 전망치가 높은 국가는 미국(2.4%)뿐이다. 캐나다(1.6%), 영국(1.3%), 독일(1.1%), 프랑스(1.0%), 일본(0.7%), 이탈리아(0.7%)는 모두 한국보다 낮다. 한국과 비슷한 처지인 일본만 하더라도 지난해 1.1% 성장률이 예상되지만,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0.7% 수준이다.
주요 20개국(G20)으로 범위를 넓힐 경우 올해 한국보다 성장률 전망치가 높은 곳은 인도(6.4%), 인도네시아(5.1%), 중국(4.5%), 사우디아라비아(4.5%), 튀르키예(4.2%), 아르헨티나(4.0%), 미국(2.4%), 호주(2.1%) 등 8개국이다. 특히 한국처럼 1인당 GDP가 3만달러를 넘어선 국가 중에서 올해 성장률이 한국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 국가는 미국과 호주 2곳뿐이다.
반등의 중심에는 기업 실적 개선이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맞물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각각 20조737억원, 19조169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3.2%, 137.2% 증가한 수치다. 두 기업의 시가총액은 13일 기준 각각 1072조6384억원, 640조6421억원으로 코스피 전체의 37.6%를 차지한다. 지난해 연간 수출은 처음으로 7000억달러를 넘어섰다.
기업 실적 개선은 세수 확대로도 이어진다. 지난해 법인세 수입은 전년 대비 22조1000억원 증가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본격 반영되는 올해는 증가 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추정한 올해 잠재성장률은 1.6% 수준인데, 실제 성장률이 이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배경 역시 기업 부문의 회복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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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성장의 동력이 반도체 등 특정 업종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경기 변동성에 따른 취약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기업 활동을 제약하기보다는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정책 환경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들에 물어보면 규제만 하지 말아 달라고 청원한다"며 "규제를 풀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