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깎는 자구책엔 파격 보상"... 정부, 대산 1호에 10조 '인공호흡기'

조규희 기자
2026.02.25 15:09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5일 서울 서초구 코트라에서 열린 석유화학 사업재편승인기업 CEO 간담회에서 CEO들과 기념촬영을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남수 HD현대케미칼 대표,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 김 장관, 송명준 HD오일뱅크 대표. 2026.2.25/사진=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업이 뼈를 깎는 자구책을 내놓으면 정부는 법과 제도를 고쳐서라도 뒷배가 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석유화학 산업 재편을 추진하는 정부의 기조가 '규제 철폐를 통한 맞춤형 지원'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대산 1호 프로젝트'에서 보여준 정부의 파격적인 당근책이 남은 사업재편 대기 기업들에 어떤 이정표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예고한 바대로 일괄 지원이 아닌 '현장 맞춤형' 지원 방안을 선보였다. 빠른 재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법 위반 소지들을 해결하기 위해 범부처가 머리를 맞댄 결과다.

가장 파격적인 대목은 기업결합 전 '공동행위'의 예외적 허용이다. 공정거래법은 사업자가 계약·협례 등을 통해 공동으로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합병 절차를 완료하기 전이라도 시너지 창출을 위한 공동 영업과 설비 운영을 할 수 있도록 빗장을 풀었다.

세제 면에서도 '세금 폭탄' 우려를 불식시켰다. 특히 피합병법인의 설비를 2년 이상 보유하고 50% 이상 사용해야 하는 '사업의 계속성 요건'이 걸림돌이었으나 재경부의 전향적인 유권해석을 통해 중복 자산 가동을 중단하더라도 적격합병 과세이연 혜택을 유지할 수 있도록 명확히 했다.

지방세 부담도 대폭 낮아진다. 충남도는 조례 개정을 통해 법인 설립 및 자산 취득에 따른 등록면허세와 취득세 감면율을 기존 50%에서 최대 75~10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이월결손금 공제 한도를 100%로 확대하고 자산 매각 시 양도소득 과세이연 기간을 '5년 거치, 5년 분할납부'로 연장하는 등 법인세 절감 패키지도 마련했다.

정부의 배려는 고용 현장과 금융 창구에도 미쳤다. 매출이 줄지 않으면 지원이 어렵던 고용유지지원금 규정을 개선해 석화 업계의 특수성을 고려한 예외 사유를 인정했다. 또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 임직원에게 '행정상 제재 면책'을 부여함으로써 부실 책임 우려 없이 적극적인 자금 지원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줬다. 기존 차입금 상환 유예와 영구채 전환, 신규자금 지원 등 총 9조9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이 가능했던 이유다.

원가 절감을 위한 국가적 지원도 구체적이다. '분산에너지특구' 제도를 활용해 한전 대비 4~5% 저렴한 전기를 공급, 연간 100억 원 규모의 비용을 줄여준다. 특정 사업자에게만 열을 사야 했던 규제를 한시 완화해 저렴한 열원을 선택하게 했으며 액화천연가스(LNG) 직도입 설비 범위 확대와 납사·원유 무관세 적용 연장 등은 정부가 업계에 선사한 실질적인 '선물'이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금융지원을 포함한 정부 지원은 감축노력, 고부가 제품 생산 등을 포함한 자구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보고 정했는데 '확실하게 노력하면 확실하게 지속가능한 지원을 해주겠다'는 메시지"라며 "다른 프로젝트를 협의하고 있는 기업들도 이번 대책을 보면서 '좀 더 확실히 노력을 해야 되겠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산 이후의 추가 사업재편 승인은 한 두달 내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기업들도 의지가 있는 곳이 있고 상대적으로 의지가 약한 곳도 있는데 사업재편이 안되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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