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 '제왕적 권한' 제동…조합원 직선제로 선거제 개편

세종=이수현 기자
2026.03.11 10:02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 앞서 안경을 쓰고 있다.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은 임직원 성비위와 업무상 배임을 자체 적발하고도 이를 수사기관에 고발하지 않고, 공금으로 임직원의 형사사건 변호사비를 지원하거나 1박에 200만원이 넘는 출장비를 사용하는 등 내부통제 부실과 방만한 경비 집행 실태가 정부 감사 결과 드러났다. 2025.01.13. bluesoda@newsis.com /사진=김진아

'농민 대통령'으로 불리는 농협중앙회장의 제왕적 권한에 제동이 걸린다. 농민신문사 사장 겸직 등 특권을 폐지하고 금품수수·횡령 등으로 1심 유죄가 선고될 경우 직무정지가 가능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중앙회장 선거에는 조합원 직선제 도입도 검토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1일 오전 열린 당정협의에서 '농협개혁 추진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안은 지난해 농식품부 특별감사와 올해 정부합동감사에서 드러난 문제를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 9일 정부합동감사반이 발표한 감사 결과에선 농협 핵심 간부들의 위법과 전횡, 방만한 예산 집행이 무더기로 확인됐다. 정부는 위법 소지가 큰 14건을 수사의뢰하고 96건에 대해선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우선 범농협 차원의 통합 감사기구인 '농협감사위원회(가칭)'을 신설할 계획이다. 중앙회 내 조합감사위원회·감사위원회는 내부 출신 위주로 구성돼 감사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농협감사위원회는 별도의 특수법인으로 중앙회·지주·자회사·조합 감사를 수행하게 된다.

농식품부의 관리·감독 권한도 확대한다. 현행 농업협동조합법 제164조에 따라 시정명령과 임직원 조치 요구가 가능하지만 감독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농식품부는 지도·감독 대상을 지주회사와 자회사까지 확대하고 중앙회·조합 기관에 대한 주의·경고 근거도 신설하기로 했다. 시정명령과 업무정지, 자금지원·사업참여 제한, 임원 경영평가 감점 등 기존 제재와 연계해 실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임직원 관리도 엄격해진다. 금품수수·횡령 등으로 1심 유죄가 선고될 경우 중앙회 등 임직원 직무정지 근거를 마련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사 경과를 유념해 보면서 향후 대응 방향을 검토하겠다는 취지"라며 "현행 규정이 충분히 명확하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실제 적용이 쉽지 않았고 이에 1심 판결 시 직무정지가 가능하도록 근거를 새로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정부 관계자는지난 9일 정부합동 특별감사 결과 브리핑에서 강 회장 거취와 관련해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그에 따른 조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했던 중앙회장의 권한도 제한된다. 중앙회장 등의 인사·경영 부당 개입을 금지하고 겸직을 전면 제한하기로 했다. 농민신문사 회장과 단 이사장 등 타 직위 종사도 금지한다.

농협중앙회장 선거제 개편도 추진된다. 조합원 204만 명 직선제와 선거인단제 등 개선안을 추가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는 전국 약 1110명의 조합장이 투표하는 방식으로 중앙회장을 선출하지만 소수에게 투표권이 집중돼 금품선거 유인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금품선거를 차단하기 위한 처벌도 강화된다. 금품 제공자와 수수자에 대한 형사 처벌은 현행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원 이하'에서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5000만원 이하'로 상향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과태료 역시 제공액의 10~50배에서 30~80배 수준으로 높인다.

당정은 관련 법 개정안을 조속히 발의하고 관계부처 및 이해관계자 협의를 거쳐 후속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내부통제 전 과정 매뉴얼화와 전자문서 생산 의무화, 계약 전담부서 설치 등 내부규정 개선도 병행한다.

농협개혁 추진단 공동단장인 원승연 명지대 교수는 "이번 방안은 농협중앙회 지배구조와 내부통제를 개선하는 1단계 개혁"이라며 "경제사업 활성화와 조합 경쟁력 강화 등을 포함한 2단계 개혁도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협 비위 문제를 해소하고 농업인을 위한 협동조합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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