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우리 경제는 반도체 호조세와 소비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건설업의 부진으로 생산 증가세가 완만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건설투자 부진은 장기화하고 있고 중동 전쟁 발발로 국제유가가 급등해 대외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경계했다.
KDI는 12일 발표한 '경제동향 3월호'에서 "수출금액이 ICT 품목을 중심으로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으나, 생산 물량 확대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1월 전산업생산이 조업일수 확대(3.5일)로 높은 증가율(4.1%)을 기록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완만한 증가 흐름에 머물렀다. 반면 건설업 생산의 감소폭이 -5.5%에서 -9.7%로 확대되면서 부진이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광공업생산(7.1%)은 조업일수 확대의 영향이 크고 자동차(17.4%)를 중심으로 대폭 증가했으나 계절조정 지표에선 -0.9%의 감소를 기록했다.
반도체는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제약돼 생산이 5.2% 감소하고 재고(-34%)도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했다.
소비는 완만한 개선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째 소비가 경기에 기여하고 있단 분석이다. 운수 및 창고업(4%), 숙박 및 음식점업(2.9%)을 중심으로 서비스업생산(4.4%)의 증가세가 지속됐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112.1)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소비 개선세가 지속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가 양호한 모습을 보이지만 이외 기계류는 다소 미약했다. 1월 설비투자는 반도체 관련 투자가 개선되는 것에 더해 조업일수 확대로 일시적으로 높은 증가율(15.3%)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 기준 반도체조용장비(41.4%) 외에 일반산업용기계(-3.2%), 전기 및 전자기기(-6.6%) 등 반도체 제외 기계류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선행지표인 2월 기계류수입액(18.1%)도 반도체조용장비(34.2%)를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건설투자는 감소폭이 확대됐다. 1월 건설기성이 전월(-5.5%)에 이어 9.7% 감소하면서다. 특히 건축부문의 감소폭(-11.8%)이 크게 확대됐다.
수출은 ICT(정보통신기술) 품목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여타 품목의 부진이 지속됐다. 2월 수출(29%)은 조업일수 감소(3일)에도 ICT 품목이 호조세를 이어가면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반도체 가격 급증으로 ICT(1~2월 일평균, 110.3%)가 크게 증가했고 변동성 높은 선박(14.5%)도 일시적으로 증가했다. ICT·선박을 제외한 대 미국 일평균 수출은 지난해 12월 -3.3%에서 지난 1월 -11.9%로 감소폭이 커졌다.
수입(7.5%)은 반도체장비(43.4%)를 중심으로 증가했고 무역수지(155억1000만달러)는 대규모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기조적 물가상승세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유가 상승으로 소비자물가 상방압력이 증대되고 있다. 2월 소비자물가는 석유류가 하락했지만 여행관련 품목의 상승폭은 확대하면서 전월과 동일한 2% 상승률을 보였다. 전반적인 물가 흐름도 안정된 모습이다.
다만 KDI는 중동 전쟁 발발로 국내 소비, 투자, 수출, 물가, 환율 등 모든 부분에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경계했다. KDI는 "미국 대법원 판결과 중동 전쟁 발발 등으로 대외 통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향후 유가가 급등하면서 소비자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