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촉발된 글로벌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최소 올해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2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이번 반도체 경기 확장 국면이 2023년 3월 이후 이어지고 있으며 2000년대 이후 가장 강력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메모리뿐 아니라 AI 학습·생성 과정에서 데이터를 반복 저장·호출하는 수요가 늘면서 메모리 반도체 전반의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멀티모달 AI 확산 역시 고성능 연산·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 요인으로 지목됐다.
AI 활용 범위 확대 역시 반도체 수요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자율주행차와 로봇 등 물리적 환경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AI'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가 확산되면서 고성능 연산칩뿐 아니라 저전력·맞춤형 반도체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빅테크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도 반도체 수요 확대를 뒷받침한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글로벌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자체 반도체 개발, 인프라 확충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최소 2027년까지 관련 투자 확대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들 기업은 데이터센터 증설뿐 아니라 전력 및 송전망 인프라 확충에도 투자하고 있으며 주요국 정부의 정책 지원 역시 투자 확대 흐름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반도체 시장은 공급보다 수요가 앞서는 '공급자 우위' 시장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문형 고성능 반도체 비중이 늘고 설비 투자도 질적 전환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공급 확대 속도가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기존 생산라인이 HBM 등 고성능 제품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일부 범용 반도체 공급이 줄어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은 공급 계약의 구속력을 강화하고 실수요 기반 생산 및 재고 관리 전략을 병행하면서 재고 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향후 반도체 경기 흐름에 대해 피지컬 AI 확산 등은 추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AI 투자 조정이나 기술 변화, 경쟁 구도의 급격한 변화가 수요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AI 투자와 기술 변화에 따라 반도체 수요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향후 전개 상황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