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정몽규 HDC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등 지정을 위한 자료(이하 지정자료)를 제출하며 동생 일가 및 외삼촌 일가가 지배하는 20개 계열회사를 소속회사 현황에서 누락했다는 혐의다.
공정위는 이 같은 지정자료 허위제출행위와 관련해 HDC의 동일인인 정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17일 밝혔다.
HDC는 1999년 고(故) 정세영 선대 회장이 기업집단 현대로부터 친족분리한 이후 2000년부터 현재까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또는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꾸준히 지정돼 왔다. 2018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정 회장은 2006년부터 HDC의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지정자료를 제출하며 동생 일가가 지배하는 8개사와 외삼촌 일가가 지배하는 12개사 등 총 20개사(중복 제외)를 소속회사 현황에서 누락했다.
이들 회사는 HDC 소속회사에서 누락되면서 사익편취 규제나 공시의무 등의 규제 적용을 받지 않았다. 이들 회사의 총 자산규모는 연간 1조원을 상회한다.
공정위는 오랜 기간 HDC의 동일인이었던 정 회장이 지주회사 겸 지정자료 제출 대리인인 HDC㈜의 대표이사로도 1999년부터 현재까지 재직해 계열회사 범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정 회장의 경우 자료제출 대상 친족 수가 많지 않고 누락회사 대부분이 매우 가까운 친족인 동생 일가와 외삼촌 일가가 직접 소유하거나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라는 점도 꼬집었다. 해당 친족들과 모임·행사 등을 통해 지속 교류해온 점을 고려할 때 친족들이 경영하는 회사를 계열회사에 포함시켜야 했다는 것이다.
또 공정위가 친족회사 확인 강화를 위해 자료제출 양식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지정업무 담당자와 정 회장 비서진은 친족회사 담당자들로부터 계열 요건(친족 지분율 30% 이상)에 해당한다는 확답을 받고 누락이 적발되는 경우 제재를 받게 될 것으로 분석한 정황도 확인했다. 친족회사 관련 사안은 정 회장에게까지 보고됐고 정 회장은 친족의 지분율이 낮아 계열회사로 볼 수 없던 회사까지 일일이 언급하며 해당 친족들을 직접 만나볼 것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특히 정 회장의 매제(인트란스해운 대표)는 누락사실을 확인한 직후 17년째 맡아왔던 HDC 계열회사 임원직에서 갑자기 사임했다. 누락회사(인트란스해운)와 HDC 간 연관성을 숨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외삼촌 일가가 소유한 쿤스트할레는 HDC 계열회사와 장기간 거래관계도 존재했다.
음잔디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존재 사실을 모를 수 없는 가까운 친족의 회사를 다수 누락한 것도 모자라 누락회사를 자진신고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는 등 법상 지정자료 제출의무를 경시한 행위"라며 "앞으로도 정확한 지정자료 제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감시활동을 지속하고 위반행위 적발 시 엄중히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DC 측은 그동안 지분 보유나 거래관계 없이 상호 독립적으로 운영돼 온 친족 회사들에 대한 신고 과정에서 발생한 단순 누락이란 입장이다.
HDC 측은 "SJG세종, 인트란스해운과 그 계열사는 동일인이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고 있으며 1999년 HDC가 현대그룹으로부터 분리 독립한 이래 거래도 없었고, 채무보증 등도 전혀 없는 회사들"이라며 "이후 절차에서 동일인이 고의로 은폐할 부당한 의도나 동기가 없었음을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