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방폐물 기술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연다

조성돈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2026.03.27 05:30
조성돈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 기술은 이제 세계가 먼저 찾는 독보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진정한 원자력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단순히 에너지를 생산하는 단계를 넘어 그 과정에서 발생한 결과물까지 책임지는 '원자력 전 주기적 관리'가 필수적이다. 발전에서 시작해 관리와 최종 처분으로 이어지는 책임의 시대를 완성하는 중심에 바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가 있다.

현재 세계 주요국은 고준위 방폐물의 임시저장을 넘어 영구적인 '종결'을 향한 기술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선두 주자인 핀란드는 세계 최초의 심층처분시설인 '온칼로(ONKALO)'의 본격 가동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스웨덴은 처분시설의 착공, 프랑스는 건설 허가단계로 진입했다. 고준위 방폐물 관리는 이제 이론의 영역을 벗어나 정교한 공학적 실증과 실행의 단계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 출발선에 서 있다. 지난해 9월 시행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기본 원칙과 절차, 부지 선정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우리는 2038년 부지 선정, 2050년 중간저장시설 확보, 2060년 최종처분시설 운영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언을 뒷받침할 압도적인 '기술 축적'과 '실행 역량'이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기술 축적의 전초기지로 강원도 태백에 '연구용 지하연구시설(URL)'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2032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이 시설은 실제 처분 환경과 유사한 깊이에서 한국형 처분 시스템의 성능을 검증하는 순수 연구공간이다. 이곳은 단순히 실험 시설에 머물지 않고 우리나라 특유의 지질 특성에 최적화된 운영 데이터와 경험을 국가적 자산으로 체계화하여 독자적 기술을 확보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

기술은 결국 사람이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다. 고준위 방폐물 관리는 수 세대를 아우르는 초장기 사업인 만큼 전문 인력의 지속적인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단은 국내외 연구기관 및 IAEA(국제원자력기구)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운영 역량을 내재화하고 있다.

산·학·연 연계를 통해 운반·저장시스템 설계, 고준위 방폐물에 대한 건전성평가 등 기술활용도와 산업적 파급효과가 높은 핵심기술을 시작으로 부지평가 및 처분기술 등 우리나라 고유의 처분시스템을 개발한다. 또한 핀란드, 프랑스 등 해외 선도국의 연구·개발(R&D) 자문을 통해 국가별 사업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적 세부 의견들을 검토하여 국제 기준에 맞는 검증단계를 거친다.

이러한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투입되는 국가적 자원의 무게 또한 상당하다. 정부와 공단은 R&D 로드맵에 따라 지하연구시설 및 인력개발 등 각 분야별로 최종 처분시점까지 모두 1조 8000억 원의 재원을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일회성 투자가 아니라, 에너지 사후관리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국가 역량의 기초를 다지는 일이다.

K-원자력의 미래는 원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고준위 방폐물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최종적으로 처분하는 기술 그리고 이를 실증할 인프라와 인적 생태계가 결합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고준위 방폐물 연구개발은 한국 원자력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필수 조건이다. 사후관리 과학기술이야말로 미래 세대에게 안전한 환경을 물려주고 K-원자력의 위상을 세계 시장에서 완성하는 진정한 해답이 될 것이다. 우리 공단은 국가 방폐물 전담기관으로서 대한민국 원자력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사명감으로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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