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포장용기 '사재기'를 했다는 사장님들이 있던데 불안하네요."
서울 동대문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50대 자영업자 A씨는 최근 배달용기 가격인상 소식에 고민이 늘었다. A씨 가게는 배달주문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이다.
그는 "가게를 연 지 얼마 되지 않다 보니 지금 미리 배달용기를 사둬야 할지, 전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동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배달용기 등 플라스틱제품 가격상승 우려가 커지자 일부에서 '사재기' 움직임이 나타난다. 중동지역 의존도가 높은 나프타 수급이 흔들리면서 플라스틱제품 가격인상 압력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26일 발표한 '중동전쟁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중소기업이 수입한 나프타의 82.8%는 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등 중동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역시 중동 수입의존도가 60% 수준에 달한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석유화학 기초원료다. 비닐·플라스틱 등 제품생산에 필수로 쓰인다. 최근 중동분쟁으로 호르무즈해협 통항 불안이 커지면서 중동산 나프타 수급에 차질이 생겼다는 평가다.
나프타 수급차질은 플라스틱제품인 배달용기 가격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장에서는 이미 가격인상 신호가 감지된다. 부산에서 일회용 포장용기를 유통하는 한 업체 관계자 B씨는 "거래처 대부분이 가격인상 공문을 보내왔다"며 "다음달 주문건부터 인상된 가격을 적용한다는데 아직 인상률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에서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C씨도 "가격인상률을 공란으로 둔 채 '가격인상 공지'가 내려왔다"며 "어제는 50%를 올린다고 했다가 오늘은 100% 인상 얘기가 나오는 등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중간유통 과정에서 가격인상 압력은 외식업계로 이어진다. 이미 사재기 조짐도 나타났다. C씨는 "최대한 늦추고 싶지만 결국 우리도 가격을 인상해 팔 수밖에 없다"며 "시기와 인상분을 두고 매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소 플라스틱 용기를 2박스씩 주문하던 고객이 어제는 10박스를 주문했다"며 "단가가 오르기 전에 최대한 확보하려는 자영업자들의 사재기 현상이 이미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불안심리를 넘어 실제 물가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종량제봉투 사재기는 불안심리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었지만 배달용기는 원료수급 불안이 직접 가격상승으로 연결된 사례"라며 "배달용기 가격상승은 배달음식 가격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고환율·고물가 상황에 배달음식 가격까지 오르면 소비심리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나프타 수급 안정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