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년 만에 대한민국 규제 체계를 전면 손질하는 '메가 특구'를 승부수로 던졌다. 수요 응답형 규제 혁파와 인허가 절차의 파격적 단축을 통해 기업이 "하고 싶은 것은 일단 다 해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역대 정부가 반복해 온 특구 정책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법이 절실하다. 단순히 유사 정책을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국가 생존 전략으로서의 '산업 공간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수립한 '규제개혁위원회' 체제는 2026년 이재명 정부 들어 '규제합리화위원회'로 전환하며 국가 규제 거버넌스의 근간을 바꿨다. 부처 간 이해관계가 얽힌 핵심 규제를 대통령이 직접 조정하고 결단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자 현장 수요를 정책에 즉각 투영하는 시스템으로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다만 △네거티브 규제 전면 도입 △수요응답형 유예 △행정 절차 단축 등은 특구를 발표하거나 주요 산단을 조성할 때마다 등장했던 '익숙한 단어'들이기도 하다. 자칫 '무늬만 특구'라는 비판이나 도돌이표 정책이라는 우려가 되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관점의 전환이 필수다. 규제 완화를 정부의 시혜적 조치로 보지 않고 '표준 선점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미국이나 EU(유럽연합)가 규제 장벽을 높일 때 한국의 메가 특구가 가장 먼저 상용화 데이터(Track Record)를 쌓을 수 있는 공간이 된다면 전 세계 혁신 기업들이 규제를 피해 한국으로 모여들 수 있다.
아울러 특구 내 기업들이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생산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 공유하고 이를 통해 공정 최적화를 함께 이루는 '공유 경제형 특구(지식 커먼즈)' 모델도 구체화해야 한다. 기업 간 데이터와 지식재산권(IP)의 벽을 허무는 혁신이 메가 특구의 본질이 돼야 성공의 길이 열리게 된다.
메가 특구를 경제 효율성을 넘어 안보와 회복탄력성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도 있다. 미·중 갈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는 공급망 재편기 속에서 해외 유턴 기업(Reshoring)과 우방국 기업(Friend-shoring)이 안심하고 정착할 수 있는 '치외법권적 경제 안보 구역'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의미다.
기존 산단이 공장을 짓도록 '땅'을 빌려줬다면 메가 특구는 미래를 실험할 수 있는 '시간'을 빌려주는 공간이 돼야 한다. 당·정·청는 오는 8월부터 파격적인 세제·재정·금융 지원안을 담은 '메가 특구 특별법' 입법과 예산 전략 수립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