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대책'의 핵심은 명확하다. 지금까지 관행처럼 여겨졌던 '364일 쪼개기 계약'의 경제적 이점을 완전히 박탈하겠다는 것. 이번 대책은 단순한 시혜적 복지 차원을 넘어 정교하게 설계된 '경제적 유인'을 통해 공공기관의 고용 행태 변화를 압박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1년 미만 단기 계약직에게 지급되는 '공정수당'의 요율이다. 정부는 11~12개월 근무 시 지급되는 공정수당 비율을 8.5%로 설정했다. 이는 현행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법정 퇴직금 적립률인 약 8.33%(1년 근무 시 1개월 치 임금)보다 높은 수치다.
지금까지 상당수 공공기관과 자회사는 퇴직금 지급 의무를 피하고자 1년에서 하루가 모자란 '364일 계약'을 맺는 꼼수를 부려왔다. 하지만 새로운 수당 체계 하에서는 11개월만 고용해도 퇴직금보다 더 많은 비용(8.5%)을 지불해야 한다. 기관 입장에서는 단기 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1년 이상 장기 계약을 맺어 퇴직금을 주는 것보다 비용 면에서 불리해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단기 계약 시 보상을 강화해 가급적 1년 이상의 장기 계약이나 직접 고용으로 유도하려는 의도"라며 "업무 성격상 어쩔 수 없는 단기 채용이라 할지라도 그에 상응하는 고용 불안정 비용을 사용자가 부담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축은 '적정임금' 기준의 상향이다. 정부는 공공부문 직접 고용 노동자의 적정임금 하한선을 최저임금의 118%로 설정했다. 이는 전국 광역 지자체가 시행 중인 '생활임금'의 평균치를 반영한 결과다.
이 조치는 특히 생활임금 조례가 없거나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저임금 구조를 유지해온 중앙부처 산하 기관과 지방 공기업 노동자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줄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예산안부터 엄격히 적용되면 저임금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이 상향 평준화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정부가 공공부문에서부터 '나쁜 일자리'를 퇴출하고 노동의 가치에 걸맞은 최소한의 보상 기준을 제도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결국 정부 대책 핵심은 행정적 규제 대신 '비용이 더 든다'는 시장 논리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비정규직 오남용의 근본 원인은 '저렴한 노동 비용'과 '쉬운 해고'에 있는데 정부는 '저렴한 비용'이라는 이점을 제거함으로써 공공기관 스스로 고용 안정을 선택하게 만드는 전략을 택했다.
단기 비정규직 채용을 '고비용 구조'로 재설계함으로써 기관은 두 가지 선택지에 직면하게 된다. 비용을 더 내고 단기직을 쓸 것인지, 아니면 차라리 고용 기간을 늘려 안정적인 인력 운용을 꾀할 것인지다. 정부는 후자를 선택할 때 경영평가나 예산 편성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고용의 질을 관리할 방침이다.
물론 이번 대책의 실효성은 내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얼마나 충분한 재원이 확보되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자체 수익사업으로 인건비를 충당하는 공공기관과 국가 보조금에 의존하는 기관 간의 이행 격차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또 아직 정규직 전환 결정을 내리지 못한 52개 기관의 노노 갈등과 노사 협의 중재 역시 노동부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