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중동 변수에 기준금리 '관망 모드'…"일단 지켜보자"

최민경 기자
2026.04.28 18:43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6.04.10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0%로 7차례 연속 동결하며 '관망(wait-and-see)' 기조를 공식화했다.

중동전쟁으로 유가 급등과 환율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는 가운데, 실물경제는 공급 충격으로 둔화 압력을 받고 있어 통화정책 운용의 난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정책 대응 시점을 서두르기보다 불확실성 해소를 우선시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은이 28일 공개한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위원은 "중동전쟁 이후 경제여건이 크게 변화했다"며 "성장과 물가 간 상충관계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특히 위원들은 유가와 환율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 위원은 "한국은행의 최우선 책무는 물가안정"이라며 "이에 유념하면서 공급측 충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은의 관련 부서는 "유가 및 환율 상승이 석유류 가격 등을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시차는 1개월 정도에 불과하다"며 "직접 효과는 거의 즉각적으로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생산·유통비용으로 확산되는 전이효과는 통상 6개월 이후 나타난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됐다.

환율 역시 핵심 변수로 지목됐다. 위원들은 최근 고환율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른 물가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을 제기했다.

관련 부서는 "환율은 변동성이 커 가격 전가 효과가 낮은 편이었지만, 현재처럼 고환율이 장기간 이어지는 경우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성장 측면에서는 하방 압력이 강조됐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원자재 수급 차질이 비IT 부문에 집중되며 경기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위원은 "회복세가 미약했던 비IT 부문에 충격이 집중되면서 K자형 회복이 심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건설투자 부진도 주요 리스크로 언급됐다. 위원들은 "건설업이 고용과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인프라 확충 등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정정책과 관련해선 추경이 단기적으로 물가를 자극하지는 않겠지만, 시차를 두고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일부 위원은 "가격보조 정책은 물가 상승압력을 이연시키는 효과가 있어 향후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금통위원들은 공통적으로 신중론을 강조했다. 한 위원은 "당분간 사태 추이를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지켜보면서 물가 흐름과 성장 경로,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위원도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다"며 "정책 방향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일단은 지켜보는(wait-and-see) 자세가 바람직하다"는 발언도 나왔다.

금통위는 현재 금리 수준에 대해 '중립 영역'으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정책 방향 변경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 위원은 "기준금리가 명목 중립금리 범위의 중간 수준에 위치해 있다"며 "공급 충격의 영향과 지속성을 판단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추경 효과와 주요국 통화정책 향방도 함께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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