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을 3.0%로 유지했다. 세부적으로 미국과 중국에 대한 전망치가 다소 상향되고, 일본과 유럽이 하향 조정됐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충격 장기화와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 등 중첩된 충격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하방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강한 AI(인공지능) 호조세가 이를 완충하고 있어 향후 AI 사이클의 향방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KIEP는 12일 '2026년 세계경제 전망(업데이트)'에서 올해 세계성장률을 3.0%(2025년 3.4%)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과 동일한 수치다. 2027년엔 3.1%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2.9%) 보단 높고, IMF(국제통화기금)가 전망한 3.1%보단 낮다. 모두 3% 안팎을 전망하고 있는 셈이다.
윤상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지난 11월 이후 이번 전망까지 약 6개월의 시차가 있었는데 그 사이 올해 초까지는 관세 충격이 예상보다 제한적이고 AI(인공지능) 투자가 강하게 나타나면서 성장률이 더 크게 상향 조정될 만한 환경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그러나 3월에 미-이란 전쟁이 발발하면서 에너지 충격이 새로운 하방 요인으로 추가됐다"며 "대부분의 국가가 팬데믹 이전 5년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모습이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결코 중동발 충격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가 견조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지난해 말부터 올초까지의 실적치가 종전 예상보다 양호했던 측면이 반영된 결과로 향후에 성장 모멘텀과 펀더멘털은 연초 이후 악화된 상태"라고 했다.
KIEP는 현재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 통상정책 불확실성, 재정 부담 등의 하방 요인과 AI 관련 투자와 교역 확대, 공급망 조정, 수출시장 다변화 등 완충 요인이 충돌한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세계경제가 급격한 침체에 빠지지 않게 된 데는 AI 교역의 호조가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윤 실장은 "미국의 수입 가운데 AI 관련 품목은 2024년 하반기 이후 가파르게 증가한 반면, 비AI 관련 수입은 오히려 감소세를 보였다"며 " 다만 이것은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강하다는 의미라기보다 특정 부문의 강한 투자 사이클이 전체 둔화를 막아주고 있다는 의미다"고 해석했다. 즉 AI 사이클이 둔화할 경우 완충력도 약화한단 설명이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과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소폭 상향 조정됐다.
KIEP는 미국의 성장률을 지난해 11월 전망치 대비 0.4%p 상향한 2.0%로 전망했다. 에너지 부담과 관세 이슈에도 AI 호조세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장세가 이어질 거란 이유에서다.
다만 AI 관련 투자 생산성이 지표로 확인되기 전에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설비투자에 병목이 온다면 투자 사이클 둔화와 함께 성장 기여도가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유로 지역은 0.9%로 0.2%p 하향조정했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인한 제조업 경쟁력 약화 영향이다. 일본은 높은 중동 의존도로 교역 조건 악화가 기업 수익성과 가계 실질소득을 동시에 제약할 것으로 예상해 0.7% 성장을 전망했다.
중국의 경우 내수 부진을 전략산업 투자 확대와 정책 노력으로 만회하면서 4.5% 성장을 내다봤다. AI, 로봇, 반도체 등 전략 산업 투자가 확대되고 적극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단 분석이다.
인도의 성장률 전망은 6.4%, 아세안 5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태국·베트남)은 4.8%, 러시아는 1% 등으로 전망했다.
다만 KIEP는 중동 전쟁과 관련한 에너지 상황에 따라 전망치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에너지 시장의 충격이 인플레이션으로 가고 내수에 영향을 주면 충분히 변할 수 있는 숫자다"며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 가격이 큰 포션을 차지하고 있어서 지표를 한두달 더 지켜봐야겠지만 미국에서도 물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시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