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파국으로 치닫던 삼성전자 노사를 중재해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 '긴급조정권 발동'이라는 강제적 수단을 쓰지 않고 대화와 타협을 통한 중재에 성공하면서 정부의 갈등 조정 능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이재명 대통령의 "선을 넘어선 안된다"는 노조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비롯해 정부 관계자들의 전방위 노조 압박도 잠정 합의를 도출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파업 실행 여부를 가를 최종 결정은 삼성전자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선택으로 남게 됐다.
20일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사 간 자율 협상에서 정부는 노사를 설득해 성과급 재원, 제도화, 부문별 배분 등 쟁점 사안 합의점 도출에 성공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사 협상 타결 직후 브리핑에서 "마지막까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노사 자율 교섭으로 잠정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교섭 과정은 지난했다. 자율 교섭으로 시작된 양측의 협상은 올해 2월 사측 제시안에 노조가 반발하며 파국을 맞았다. 결국 노조 공동교섭단은 같은 달 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며 법적 절차를 밟았다.
올해 3월 중노위의 '조정중지' 결정으로 노조가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한 이후에도 노사는 교섭을 재개했으나 성과급 상한 폐지 등 핵심 쟁점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다시 결렬됐다.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한 5월이 돼서야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중노위는 양측을 상대로 이달 11일부터 13일까지 제1차 사후조정 절차를 밟았으나 노조가 '21일 총파업'을 선언하며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삼성전자 노사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자 정부는 강력한 압박 카드인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에 따르면 노조의 쟁의행위가 국가경제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는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이 긴급조정을 결정할 수 있다. 긴급조정이 발동되면 노조는 즉시 쟁의행위를 중단해야 하며 30일간 파업을 할 수 없다.
정부의 강력한 메시지와 함께 노동부는 '노사 자율 대화'를 유도하는 조정 능력을 보여줬다. 김 장관은 중노위의 2차 사후조정 개시를 앞둔 지난 15일과 16일, 삼성전자 노조 지도부와 사측 경영진을 각각 극비리에 만나며 막판 설득에 나섰다.
노동부 수장의 이 같은 주말 간 특별 중재 노력이 평행선을 달리던 양측을 18일 제2차 사후조정 테이블로 이끌었다. 2차 사후조정에서는 예고된 파업 시한 전에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태도로 노사 간 이견을 어느 정도 좁혔지만 차수를 변경해 3일 마라톤 협상을 벌였음에도 최종 결렬됐다.
이에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하며 파국으로 가는 상황에서 김 장관이 다시 나서 삼성전자 노사를 설득한 끝에 자율 협상을 유도했고 드라마틱한 반전을 만들어냈다. 오랜 노동계 경험을 살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첨예했던 입장차를 조율하고 극적인 타결을 견인한 김 장관의 노련한 리더십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정부의 총력적인 중재로 파업 대란의 급한 불은 껐지만 전적으로 '타결' 단계에 진입한 것은 아니다. 공은 이제 삼성전자 노조 조합원들에게 넘어갔다. 노조 지도부가 노사 잠정 합의안을 받아들였더라도 이는 조합원 총회나 전조합원 찬반투표라는 마지막 관문을 통과해야만 법적 효력을 갖는 단체협약으로 확정된다.
현재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정부 중재로 타결한 합의안을 통해 실리 확보'와 '당초 요구안 관철을 위한 파업 강행'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