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산업대출이 35조6000억원 늘며 2022년 3분기 이후 14분기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금융기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더해 지난해 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기업들이 일시 상환했던 한도대출이 재취급되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 대출이 동반 확대된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대출금'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 대출금 잔액은 2061조8000억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35조6000억원 증가했다. 전분기 증가액(8조5000억원)의 4배를 웃도는 규모다.
산업별로는 제조업 대출이 11조1000억원 늘어 전분기(+1조2000억원)보다 증가폭이 크게 확대됐다. 화학·의료용제품(+2조4000억원), 제1차금속(+2조1000억원), 전자·컴퓨터·통신장비(+1조8000억원) 등을 중심으로 자금 수요가 늘었다. 제조업 운전자금 대출도 전분기 2조2000억원 감소에서 6조7000억원 증가로 전환했다.
서비스업 대출은 24조원 증가해 전분기(+9조2000억원)보다 증가폭이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이는 2022년 3분기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금융·보험업(+9조8000억원), 도·소매업(+4조9000억원), 부동산업(+2조6000억원)이 증가세를 주도했다.
건설업 대출은 4000억원 증가하며 7분기 만에 증가 전했다. 건설기성액 증가와 1분기 건설투자 회복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혜영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금융기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따라 기업부문 여신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며 "전분기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상환했던 대출이 재취급된 데다 일부 산업의 업황 개선도 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도·소매업의 경우 연말 일시 상환 대출의 재취급과 회사채 상환 수요, 업황 개선 등이 영향을 미쳤다. 금융·보험업은 자본시장 호황 속 증권사의 신용공여 확대와 투자자금 수요, 금리 상승 전 선조달 수요 등이 대출 증가 배경으로 꼽혔다.
용도별로는 운전자금 대출이 26조2000억원 늘어 전분기(+1조9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크게 확대됐다. 시설자금 대출도 9조4000억원 증가해 전분기(+6조6000억원)보다 늘었다.
업권별로는 예금은행 대출이 25조원 늘어 전분기(+9조6000억원)보다 증가폭이 확대됐고,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은 전분기 1조1000억원 감소에서 10조6000억원 증가로 전환했다. 예금은행 기준 대기업 대출은 12조7000억원, 중소기업 대출은 11조6000억원 늘었다. 제조업 중소기업 대출 증가폭은 2022년 2분기 이후 15분기 만에 가장 컸다.
이 팀장은 "금융기관들이 신용리스크 관리를 병행하고 있는 만큼 이번 증가를 과도한 위험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며 "과거에는 이보다 더 큰 폭의 대출 증가도 있었기 때문에 절대적인 규모가 매우 큰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기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 자체는 유지되고 있어 증가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규모는 금융기관의 신용리스크 관리나 연체율, 부실채권 매·상각 규모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