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입만 연간 6천억원...전국 생산량 85% 견인하는 '참외메카'

조수입만 연간 6천억원...전국 생산량 85% 견인하는 '참외메카'

성주(경북)=정혁수 기자
2026.06.08 12:24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지역특화작목 육성현장을 가다] 경북도농업기술원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

경북 성주군에 위치한 경북도농업기술원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 스마트팜에서 재배시설 모습.  /사진=정혁수
경북 성주군에 위치한 경북도농업기술원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 스마트팜에서 재배시설 모습. /사진=정혁수

경상북도 성주 들녘에 넓게 자리한 비닐하우스는 요즘 황금빛으로 물들어져 간다. 전국 참외 생산의 약 85%를 차지하는 성주는 단일 작목만으로도 연간 6000억원 이상의 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명실상부한 '참외 메카'다. 단일 시군에서 한 작목으로 지역내총생산(GRDP) 전체 25%를 차지하는 사례는 성주가 독보적이다.

50년이 넘는 재배 역사속에서 축적된 전문기술 노하우, 마사토 중심의 배수가 잘되는 토질, 풍부한 수량 등 최적의 기후조건이 만들어 낸 성과물이다. 이같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 이면에는 바로 경북도농업기술원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가 있다.

성주참외가 2020년 이후 매년 6000억원 이상의 조수입을 일으키는 건 한 작목을 중심으로 한 지속적인 연구와 생산, 유통과 교육이 긴밀히 맞물린 결과다. 하지만 농촌의 고령화와 인력난, 기후변화에 따른 재배 환경의 불안정, 병해충의 상시화, 치열해지는 유통 경쟁은 성주 참외농가도 예외가 아니다.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는 이같은 외부환경에 맞서 노동여건과 재배환경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노동 부담은 덜고, 품질과 소득은 높이는 방향으로 재배 방식과 산업 구조를 함께 바꾸려 하고 있다.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내 스마트팜에서 참외가 재배되고 있다.  /사진=정혁수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내 스마트팜에서 참외가 재배되고 있다. /사진=정혁수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 서영진 소장과 이지윤 연구실장이 '하향식 수직재배' 시설에서 재배되고 있는 참외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정혁수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 서영진 소장과 이지윤 연구실장이 '하향식 수직재배' 시설에서 재배되고 있는 참외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정혁수

'하늘에서 자라는 참외'는 연구소가 개발한 '하향식 수직재배 시스템'이 가져온 새로운 변화다. 기존 서서 키우는 참외 재배법은 '골병드는 농사'라 불리울 만큼 농업인의 근골격계에 큰 부담을 가했다. 참외가 땅바닥에 덩굴을 뻗어 자라는 포복성 작물이기 때문에, 농업인들은 수확부터 선별까지 거의 모든 작업을 쭈그리고 앉거나 엎드린 자세로 수행해야 했다. 노동 투입 시간은 벼농사 대비 약 27배에 달했다.

하향식 수직 재배 시스템은 포복형 방식에서 벗어나 줄기를 위로 끌어올려 재배하는 새로운 모델이었다. 양액공급 조건과 온실 환경관리에 필요한 최적의 조건을 설정해 재배방법의 표준화를 가져왔다. 관행 대비 노동 시간은 50% 절감(222시간→111시간/10a)됐고, 수확량은 3.3배(4.3톤→14.3톤/10a) 증가해 노동 강도 완화와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달성했다.

이와 함께 토양재배의 연작장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분 센서 기반 포복형 수경재배' 기술도 생산성 향상의 가능성을 넓혔다. 수경재배는 토양 소독이 필요 없어 생산 기간을 보름 정도 앞당 길 수 있다. 이 기술을 도입한 실증 농가에서는 관행 대비 생산량이 1.7배 증가했고, 조수입도 약 560만원(10a당) 늘어나는 등 경영 안정화에 크게 기여했다.

세계 최고의 참외 R&D기관인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 전경사진 /사진=정혁수
세계 최고의 참외 R&D기관인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 전경사진 /사진=정혁수

여기에 담배가루이(노린재목 가루이과 곤충) 스마트 포획기, 접목 로봇,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영농 관리 시스템을 더해 경험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데이터와 장비를 활용한 정밀 농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스마트 포획기'는 담배가루이 밀도를 87% 감소시켜 방제 비용을 80%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또 접목 로봇은 인력대비 노동력을 8배 절감하면서도 96%의 높은 활착률을 기록해 우량묘의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마련했다.

기술 혁신은 수출 경쟁력 강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 식품규격(CODEX)에 공식 등록된 '코리안 멜론(Korean Melon)'이라는 고유 명칭을 기반으로 그동안 일본에 편중되었던 수출 구조를 베트남, 싱가포르, 호주 등 전 세계 15개국 이상으로 넓혀나갈 계획이다.

특히 저장성과 선도 유지 기술이 확보되면서 참외는 항공 중심의 고비용 구조를 벗어나 선박 수출이 가능해졌고, 그 결과 17년 만에 베트남 시장 진출이 성사됐다. 베트남 시장은 선박 수출기술과 역사적 문화 교류를 결합해 '제2의 딸기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핵심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성주참외는 다양한 가공품으로도 개발되고 있다. 조영숙 경북도농업기술원 원장(가운데)이 성주참외를 소재로 한 가공품 앞에서 농진청, 연구소 관계자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사진=정혁수
성주참외는 다양한 가공품으로도 개발되고 있다. 조영숙 경북도농업기술원 원장(가운데)이 성주참외를 소재로 한 가공품 앞에서 농진청, 연구소 관계자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사진=정혁수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개별 수출 업체들을 하나의 창구로 묶는 '수출 통합 조직'도 활성화 된다. 단순히 원물 수출에 그치지 않고, 참외 마스크 팩과 같은 뷰티 제품이나 가공식품 등 상품군을 다양화 해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도 추진되고 있다.

조영숙 경북도농업기술원장은 "성주참외의 경쟁력은 기술을 믿고 실천하는 농업인, 성과를 함께 확산하는 공동체, 현장을 중심에 두는 연구가 함께하면서 만들어 결과물"이라며 "성주참외가 오랜 재배 경험과 집적된 산지 기반, 연구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최고의 상품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정혁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에서 농업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UNC) 저널리즘스쿨에서 1년간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2013년부터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를 출입하며 한국 농업정책과 농업현장의 이야기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농업분야에 천착해 오는 동안 '대통령표창' 등 다양한 상을 수상한 것은 개인적으로 큰 기쁨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신성장동력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농업의 무한변신'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