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 핵심 의제로 부상한 '도급제(플랫폼) 최저임금 확대'를 두고 노사 간 시각차가 뚜렷하다. 플랫폼 시대에 맞춰 새로운 노동의 기준과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를 놓고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엇갈렸다.
10일 노동계와 경영계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 시장의 확산과 함께 최저임금법 내 도급 종사자 특례 조항(제5조 3항)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이 조항은 1988년 제도 도입 당시 봉제(바느질)나 신발 조립처럼 생산량에 따라 임금을 받는 도급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으나 시급·월급제 일자리가 산업 표준으로 굳어지면서 오랫동안 사문화된 상태다.
그러나 최근 배달·대리운전 등 건당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 노동이 일상화되면서 노동계가 해당 법 조항을 현장의 노동 현실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으로 부각하고 있다.
현재 최임위 테이블에서 격론이 벌어지는 주요 쟁점은 크게 네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노사가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지점은 대기 시간을 노동으로 인정할지 여부다.
노동계는 라이더 등이 앱을 켜두고 콜을 기다리는 시간도 명백한 업무의 연장이라고 본다. 대기 시간뿐만 아니라 이동 시간, 유류비 등 필수 비용을 모두 반영한 순보수 산식을 마련해 콜을 받지 못해 공치는 시간에도 최소한의 생계 보장을 위한 다층적 보호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경영계는 플랫폼 노동 시장의 다중 접속 특성을 지적한다. 종사자 상당수가 여러 배달 앱을 동시에 켜놓는 상태로 일하기 때문에 명확한 기준 없이 시급을 적용하면 기업은 실제 서비스를 제공받지 않은 대기 시간에 대해서도 중복으로 비용을 치러야 한다고 우려한다.
근로자성 인정 여부와 최임위의 권한 문제도 또 다른 대립 지점이다. 경영계는 플랫폼 종사자 상당수가 법적으로 개인 사업자이므로 최임위가 이들의 임금을 강제로 정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그동안 잠자고 있던 특례 조항과 법원 판례 등을 근거로 도급 노동자의 최저임금 결정 주체가 최임위임을 분명히 했다. 최저임금은 단순한 임금 기준이 아니라 더 낮은 보수로의 경쟁을 막는 최후의 사회적 안전망이므로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도 충분히 제도 설계가 가능하다는 반박이다.
노사 양측은 도급제 특유의 임금 구조를 두고도 시각차가 뚜렷하다. 노동계는 고물가 시대에 현재의 건당 수수료만으로는 유류비 등 필수 경비를 감당하기 벅차다고 호소한다. 생계를 위해 무리한 과속이나 위험한 질주로 내몰리는 상황을 막으려면 최소한의 시급 가이드라인이 필수적이고, 위장된 도급 계약으로 노동자성을 회피하는 꼼수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영계는 도급제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실적과 무관하게 기본 시급이 보장되면 굳이 배달을 서두르거나 업무 효율을 높일 유인이 사라진다는 우려다. 이른바 태업(도덕적 해이)이 발생할 수 있지만 현장과 떨어져 있는 기업으로서는 이를 원격으로 통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논리다.
제도 도입에 따른 추가 비용이 물가 상승으로 번질지도 핵심 쟁점이다. 노동계는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막대한 중개 수익을 내고 있는 만큼 생태계를 지탱하는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에 비용을 분담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적 책임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경영계는 인건비 급증이 결국 서비스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 내다본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대리운전 요금 상승은 물론 수수료 부담을 떠안은 골목상권 자영업자들이 음식값을 올릴 경우 물가 전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플랫폼 경제의 확산과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른 도급제 최저임금 논의는 연일 진통을 겪고 있다. 새로운 노동 형태에 맞춰 안전망을 구축하자는 노동계와 시장 부작용을 우려하는 경영계의 입장이 한 치의 양보 없이 맞서고 있어 앞으로의 심의 과정에서도 합의점을 도출하기까지 험로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