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뱅도 해결 못한 '금융 도넛구조'…신용평가 체계 개선 필요

인뱅도 해결 못한 '금융 도넛구조'…신용평가 체계 개선 필요

박소연 기자
2026.06.10 18:3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5대 은행 및 인터넷 은행 3사의 26년 4월말 기준 신용대출 잔액/그래픽=최헌정
5대 은행 및 인터넷 은행 3사의 26년 4월말 기준 신용대출 잔액/그래픽=최헌정

은행권에서 '신용점수 700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우량 고객과 기피 고객을 나누는 '비공식 마지노선'이자 저신용자들이 제1금융권 밖으로 밀려나는 절벽의 시작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제출받은 지난 4월 말 기준 '신용점수 구간별 은행 신용대출 현황'(5대 은행 및 인터넷 은행 3사 대상)에 따르면, KCB 신용점수 700점 이하 구간에서 금리가 수직상승하는 금리 단층이 확인됐다. 초고신용자를 위한 시중은행 대출과 최저신용자를 위한 정부의 서민금융 정책상품(햇살론 등) 사이에서, 성실하게 상환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중저신용자들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금리절벽은 은행연합회에 매달 공시되는 '일반신용대출 신용점수별 금리현황'엔 드러나지 않는다. 은행연합회 통계는 전월 한 달간 신규 취급된 대출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벤트성 우대금리나 정부의 규제, 입김이 반영될 소지가 많다. 은행들의 누적된 대출 포트폴리오 전체를 볼 수 있는 잔액 기준 실효금리를 분석하자 금리단층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최근 정부의 포용금융 기조에 맞춰 은행권이 중금리대출 확대를 공언하고 있으나 누적된 전체 포트폴리오 체질을 바꾸기엔 효과가 미미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들이 이같은 구조를 고착화한 데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신용점수 700점 이하부터 연체율이 급격히 올라가는 경향이 있어 예상 손실이 커진다. 신용점수 700점 구간은 은행 내부 등급 모형에서 위험 등급이 전환되는 변곡점과 맞물리는 경우가 많다. 등급이 떨어지면 위험가중자산(RWA)이 급격히 늘고, 충당금 적립 부담도 커지기에 차주에게 고금리로 비용을 전가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별 상환능력의 차이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들이 저신용자들은 어차피 우리의 고객이 아니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이들을 정교하게 평가할 신용평가모형 개발에 소홀했던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뱅 중저신용자 기준도 875점...중저신용자 은행별 금리차도 커
5대은행-및-인터넷은행-3사의-26년-4월말-기준-신용대출-평균금리-및-잔액/그래픽=김현정
5대은행-및-인터넷은행-3사의-26년-4월말-기준-신용대출-평균금리-및-잔액/그래픽=김현정

인터넷뱅크가 '중저신용자 포용'을 핵심 전략으로 내걸며 출범했지만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작지 않다. 인뱅 3사의 700점 이하 차주에 대한 신용대출 잔액은 3조5000억원으로 전체(28조8000억원)의 12.1%에 불과하다.

인뱅이 중저신용자의 기준으로 삼는 점수는 KCB 875점이다. 인뱅은 신용점수가 875점보다 낮은 차주에 대한 신용대출 비중 30%만 충족하면 당국의 규제 기준을 통과하게 된다. 인뱅의 901~1000점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잔액 비중은 61%에 달한다. 인뱅의 중저신용자 대상 금리 역시 시중은행과 비교해 결코 낮지 않다. 인뱅들의 연체율 관리 압박과 건전성 지표 부담이 커지면서 대안 신용평가를 적극 활용하기보다 포트폴리오를 중·고신용자 중심으로 재편하며 시중은행의 '고신용자 위주 안전 영업' 방식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간 금리 스프레드(격차)가 신용점수가 낮아질수록 확대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동일한 저신용자라도 어느 은행 창구를 두드리느냐에 따라 이자 부담이 최대 2배 가까이 벌어지는 기형적인 구조다.

신용점수 900점대 고신용자 구간에서는 은행 간 금리 격차가 1%포인트(P)대에 불과했다. 일례로 1000~951점 구간에서 금리가 가장 높은 토스뱅크(5.8%)와 가장 금리가 낮은 KB국민은행(4.2%)의 격차는 1.6%P에 그쳤다. 중신용층(800~701점)에선 토스뱅크(8.4%)와 NH농협은행(5.5%)의 격차가 2.9%P로 벌어졌다. 저신용층 (400~301점)에선 금리가 가장 높은 하나은행(12.2%)과 가장 낮은 우리은행(6.6%)의 격차가 무려 5.6%P까지 벌어진다.

서울 시내 마련된 주요 은행 ATM 모습. 2026.04.12. kch0523@newsis.com /사진=권창회
서울 시내 마련된 주요 은행 ATM 모습. 2026.04.12. [email protected] /사진=권창회

다만 우리은행의 경우 시중은행과 인뱅을 통틀어 유일하게 금리가 초고신용자부터 초저신용자까지 4.8~6.6% 사이에서 완만하게 형성돼 있어 눈길을 끈다. 올해부터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7% 금리 상한제'를 실시하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금융권이 기존의 편의주의적 여신 관리를 개선하고 자체적으로 정밀한 개인 신용평가시스템을 개발해 틈을 메우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리단층 문제는 신용평가나 대출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서민정책 상품만으로는 한계가 있단 게 정부의 문제의식"이라며 "연체, 담보 중심이 아니라 카드결제, 통신요금 등 대안정보를 활용해 중저신용자의 상환 능력을 더 정교하게 반영하도록 신용평가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은행의 포용금융 공급 실적을 인센티브와 직접 연계되도록 구조를 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박소연 기자

기사로 말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