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540원 안팎의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미국으로 향하는 자금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에 따른 달러 강세에 더해 국내 투자자의 대미 투자 확대와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가 맞물리면서 달러 수요는 늘고 원화 수요는 줄어 환율 하락을 제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0.7원 오른 1542.7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5일부터 28거래일 연속 1500원대다.
대외적으로는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달러 강세를 이끌고 있다.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물가 압력을 근거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고,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5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라섰다.
국내에서는 미국으로 향하는 투자자금이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대미 금융자산은 1조1492억달러로 사상 처음 1조달러를 넘어섰다. 전체 대외금융자산의 47.1%가 미국에 투자돼 3년 연속 역대 최고 비중을 기록했다. 해외주식 투자 확대와 미국 증시 강세가 맞물리면서 미국으로의 자금 쏠림이 심화한 결과다.
문상윤 한은 국외투자통계팀장은 "대미 금융자산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주식 투자를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했고 미국 주가가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상승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며 "대미 투자 증가세는 다소 둔화할 수 있지만 증가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대미 투자 비중이 크게 낮아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30조원 넘는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올해 들어 지난 9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자금은 948억1000만달러 빠져나갔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판 뒤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해외로 송금하면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늘어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전날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11월 이후 국내 주가가 오른 뒤 외국인이 보유 비중을 조정하거나 차익을 실현하는 형태의 자금 유출이 반복적으로 관찰됐다고 분석했다. 최근 높아진 국내 주가 수준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리밸런싱 목적의 주식자금 유출이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장정수 한은 부총재보는 전날 "주가가 최근 급등하면서 외국인의 리밸런싱 필요성이 커졌을 수 있다"며 "언제 마무리될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되고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접근성이 개선되면 주식자금 유출폭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 기반을 넓히고 국내 기업의 투자 매력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금융센터는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높은 변동성을 보이면서도 완만하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달러 약세 전환을 단정하기보다는 완만한 강달러 환경 속에서 환율이 큰 폭으로 등락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봤다.
해외 투자은행들은 원/달러 환율이 연말 1400원대에 진입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1480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긴축 기조와 국채금리 상승,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이 환율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견조한 경상수지 흑자와 향후 자금 유출 둔화가 상승 압력을 상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