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여만 '乙' 눈치보는 '甲'?…파업 등에 기업경영·유통질서 '후폭풍'

세종=오세중 기자
2026.06.30 15:14
乙의 협상력 강화 위한 제도 개편방안/그래픽=김현정

앞으로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직접 협상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산업계 전반에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단체교섭권 대상이 확대되면서 파업 등의 단체행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하도급을 주는 '갑'인 대기업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인 '을'의 눈치를 봐야하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월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요새 소상공인들도 좀 집단적 교섭을 허용하고, 단체행동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단결권은 허용해야 한다"며 "사안별로 납품 업체끼리 또는 가맹점끼리, 아니면 지점끼리 집단적으로 교섭할 기회와 권리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금은 공정거래법에 의해서 (집단행위가) 다 처벌되고 금지되고 있다"며 "노동자들은 본질적으로 약자라 노동 3권을 보장받듯, 소상공인들에게도 단결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가 제시한 '을(乙)의 협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편방안'은 약자 보호라는 좋은 취지로 추진됐다. 하지만 시장경제에는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공정거래법상 명확하게 금기시 해 온 '사업자 간 담합'을 묵인해 시장경제의 원칙을 깰 수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개정안이 시행되면 쿠팡이나 배달의 민족, 네이버 등 대형 플랫폼과 대형 유통업체, 프랜차이즈 본부도 소상공인들의 단체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 일례로 음식점이나 가게를 하는 소상공인들은 배달앱 본사를 상대로 거래 수수료 등에 대한 인하를 요구하면서 합법적인 선에서 단체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 하도급 기업들이 대기업의 납품 단가 인하를 요구하면서 공동으로 납품 거부로 맞설 수도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담합 규정 면제가 적용되면서 단체협상 요구가 쓰나미처럼 발생하고 단체행동으로 이어지면서 시장 질서에 분쟁의 후폭풍이 일 수 있다. 거래 수수료 등에 대한 단체협상이 이뤄지면 그 비용들이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거나 경쟁제한이 심각하게 발생할 경우 '금지명령' 등의 방지책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단체협상은 하도급 관계에서 납품업자로부터 납품 원료, 원재료 납품받으면서도 대기업 하도급제품 납품하는 경우도 가능할 것이고 여러가지 상황에서 가능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소비자 대상으로 하는 담합은 허용을 하지 않을 계획이고 소비자 대상 물건 파는 경우도 포함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