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세 물량 반토막 EU 시장…韓 철강, 주요국 중 감소폭 '최소' 방어

세종=조규희 기자
2026.07.01 16:38
3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철강제품이 쌓여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일(현지시간) 철강·알루미늄·구리 함량이 15%를 넘는 파생제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일률적으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제품 내 금속의 함유 비율을 기준으로 50%의 관세를 매겨오던 방식을 보다 단순화한 것으로, 한국 기업들이 수출하는 세탁기와 냉장고 등이 이에 영향을 받게 된다. 2026.4.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유럽연합(EU)이 자국 철강산업 보호와 안보 위기 대응을 이유로 무관세 수입 물량을 절반 가까이 줄이는 고강도 수입제한 조치를 단행했다. 악조건 속에서도 한국은 치열한 다자 협상과 최고위급 정상외교를 총동원해 주요 철강 수출국 중 가장 낮은 쿼터 감소율을 기록하며 실질적인 수출 타격을 최소화했다.

산업통상부는 1일 EU 집행위원회와의 최종 협상 결과, 타국과 경쟁 없이 안정적으로 수출할 수 있는 철강 전용 쿼터 총 207.3만 톤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확대된 공용 쿼터 약 173.5만 톤을 합산할 경우 한국 기업이 활용 가능한 무관세 쿼터는 최대 380.9만 톤으로 늘어난다. 새로운 관세할당제도(TRQ)는 이날부터 발효다.

이번 제도의 핵심은 무관세 EU 수입 총량을 대폭 줄이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기존 세이프가드 체제하에서는 연간 3382만 톤까지 무관세 수입이 허용됐으나 새 제도에서는 전체 무관세 물량이 1835만 톤으로 약 46%나 축소된다. 사실상 쿼터 범위를 벗어난 수입은 원천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진입 장벽이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며 철강산업 붕괴가 곧 안보 위협이라는 EU의 위기의식이 법제화로 이어졌다"며 "전체 파이가 절반가량 줄어든 상황에서 20여 개 주요 수출국이 제한된 물량을 놓고 치열하게 격돌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 전용 국가쿼터 최대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전용 쿼터 207.3만 톤을 사수했다. 기존 세이프가드 8차년도 물량(258.1만 톤) 대비 19.7% 감소한 수치다. EU 전체 무관세 물량이 46%나 깎여 나간 점을 감안하면 방어전에서 큰 성과를 거둔 셈이다

무엇보다 기존 100만 톤 이상의 국가쿼터를 보유했던 주요 수출국들의 성적표와 비교하면 한국의 협상력은 더욱 돋보인다. 한국과 동일하게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영국은 기존 332.7만 톤에서 109.2만 톤으로 무려 66.6% 급감했고 스위스와 우크라이나도 각각 67.5%, 58.9%의 가혹한 삭감 성적표를 받았다. 인도는 30.2%, 튀르키예는 28.4% 줄었다.

주요국 중 한국의 타격이 가장 적다는 의미다. 이는 한-EU 정상회담 등에서 한국산 철강이 단순 수입품이 아닌 역내 자동차, 배터리 공장 등 역내 제조업 공급망을 지탱하는 필수 소재라는 논리를 집요하게 설득한 결과로 분석된다.

여기에 협상 막판 변수가 발생하며 한국이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파이도 커졌다. EU가 철강 쿼터 미합의국들의 일부 물량을 'FTA 공용 쿼터'로 이관하면서 기존 147.5만 톤 수준이던 전체 공용 쿼터가 173.5만 톤으로 대폭 확대된 것이다. 철강 주요 수출국인 중국, 일본, 베트남은 EU와의 협상을 완료하지 못한 상태다.

특히 시장점유율 5% 이상 품목의 FTA 공용 쿼터가 90.7만 톤에서 116.8만 톤으로 크게 늘었다. 분기별 선착순인 공용 쿼터 확보전에 우리 기업들이 기민하게 대응한다면 기존 예상치를 상회하는 최대 380.9만 톤까지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정부는 향후 EU의 세부 운영 규정이 확정되는 대로 민관 합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는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 등으로 수출 다변화를 적극 추진해 통상 리스크를 분산시킬 계획이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 집행위원회에서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과 면담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6.4/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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